[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세계 1위 카드사인 비자카드(VISA)가 우월적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인상했다는 의혹이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국내 카드사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지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정책에 대한 불공정성 여부를 조사한 결과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는 비자카드가 글로벌 시장의 유력 사업자이지만 국내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독점적인 지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한국뿐 아니라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도 수수료를 인상한 점도 판단의 무혐의 판단의 근거가 됐다.

앞서 비자카드는 2016년 5월 국내 카드사에 소비자가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사용할 때 부담하는 해외결제 수수료율을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은 카드사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데다 중국, 일본 등은 다른 주요 아시아국가는 포함되지 않아 ‘한국 호갱(호구+고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09년에도 비자카드는 한국만 수수료를 0.2%p 인상하겠다고 나섰다가 국내 카드업체들이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나서자 물러선 전례가 있다.

카드사들은 이번에도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강경한 대응을 보였지만 공정위가 비자카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였다.

카드사들은 이미 2017년 1월1일부터 시작된 0.1%p의 인상분에 대해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은 채 업체 자체적으로 대납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희망을 가졌던 공정위 제소 결론마저 무혐의로 매듭지어 지면서 앞으로 인상분을 어떻게 처리할지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다만 업계 내 일각에서는 카드사를 향한 정부 압박이 워낙 강해 인상된 수수료를 업체들 스스로 감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법적으로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받는게 맞다. 그러나 당국의 눈치가 보여 아마 카드사 중 먼저 나서 수수료 인상분을 이용자가 물도록 하겠다고 섣불리 결정을 내릴 업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결제플랫폼인 유니온페이도 비슷한 시기 해외 이용 수수료를 인상했지만 당국 압박에 인상분을 카드사들이 대신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비자카드 인상분도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업계는 정부의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 인하 압박에 수익성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위기감마저 팽배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가맹점수수료를 계속 내리라고 하고 비자카드는 해외결제 수수료를 올리는 등 악재의 연속”이라며 “이러다 카드사 다 문닫을 판”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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