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SOC(Social Overhead Capital) 투자의 일환으로 민자고속도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민자고속도로 사업은 높은 통행료와 최소운영수입보장(이하 MRG, Mnimum Revenue Guarantee) 등으로 인해 재정부담, 개별노선의 운영·요금징수에 대한 비효율성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MRG란 민간자본으로 건설한 사회기반 시설의 실제 수입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약정된 최소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다.

정부는 2009년에 MRG를 완전 폐지됐고 2018년에 정부는 운영 중인 민자고속도로의 평균 통행료를 사업재구조화·자금재조달·통행료 관리 방식으로 분류·추진한다는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고속도로(출처=pixabay)
고속도로(출처=pixabay)

이에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회장 주경순, 이하 협의회) 물가감시센터가 계약 기간이 남은 MRG 적용 민자고속도로 8개 회사의 재무구조 및 재무성과를 분석하고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검토했다.

8개 민자고속도로의 민자부담금(총 건설비)은 12조6429억 원이며 도로건설 시점에 부담하거나 민자회사의 운영기간 동안 MRG 형태로 지급되는 등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약 9조5629억 원으로 추정된다.

민자고속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약 76%까지 받고 있고 나머지 24%인 3조800억 원만을 민자고속도로가 부담하고 있다.

이름은 민자고속도로지만 투입되는 민간 자본은 총 건설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정부보조금이 지급되는 형태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의 민자투자액은 1조4260억 원인데 MRG(기지급+지급예정)는 1조7419억 원으로 추정돼 122%가 정부 부담률이며 ▲부산울산 고속도로는 향후 지급예정 MRG 추정액인 5840억 원을 받는다면 정부 부담율이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09년부터 MRG는 중단했지만 계약 기간이 남은 8개 민자고속도로의 경우에는 MRG가 계속 적용되고 있어 현재 기지급된 MRG는 3조8689억 원이고, 향후 지급될 MRG는 2조739억 원으로 추정된다.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MRG를 적용받고 있는 8개 민자고속도로의 2018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8개 민자고속도로마다 차이는 존재하지만, 평균 영업이익은 924억 원인 반면, 평균 당기순이익은 218억 원으로 평균 영업이익대비 76.4%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외곽순환도로 ▲부산울산 고속도로 ▲용인서울 고속도로는 당기순익이 적자다.

8개 민자고속도로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58.2%로 매우 높은 반면, 최종 실적인 평균 당기순이익률은 13.7%이다.

협의회 측은 "주요 주주와 대주(貸主)가 동일한 상황에서 자본금의 유상감자 및 배당금을 우선 지급해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된다"면서 "민자고속도로 운영업체는 부족한 운영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로부터 차입한 고금리(최고 25%)의 후순위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민자고속도로의 예상 수입에 대한 정부의 과다 계상과 운영업체의 경영 방만도 문제다.

2018년까지의 국토교통부 민자고속도로 통행수입을 살펴보면 평균 MRG 적용 민자고속도로의 실적수입은 협약수입의 64.6%에 그쳤으며 적게는 40%대를 기록한 곳을 볼 수 있다. 

수익이 생기면 부대사업 발굴이나 재투자로 서비스 개선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음에도 MRG를 받기 때문에 자구노력을 할 유인이 없는 것이다.

협의회 측은 "소비자는 이용료와 세금으로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면서 "통행량 예측 실패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정부가 발표한 통행료 관리 추진 방안 중 하나는 사업재구조화다.

이는 통행료가 재정고속도로(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대비 1.5배 이상인 노선(▲인천공항 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춘천 고속도로)을 대상으로 기존 투자자 매각 및 신규 투자자 모집, 운영기간 연장 등 사업구조를 변경하는 방법이다.

사업재구조 방안에 따라 ▲천안논산고속도로는 작년 12월 23일부터 통행료를 50% 안팎으로 인하해 최장거리(80.2km) 기준 통행료가 승용차(1종)의 경우 9400원에서 4900원으로 47.9% 내렸다.

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민자고속도로 사업 사업재구조화(출처=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하지만 사업재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민자고속도로 운영업체가 얻게 되는 수익에는 변동이 없고, 재정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우선 내렸지만, 민자 계약 기간 종료 후 한국도로공사가 유료도로 관리권을 설정하고 통행료를 책정해 징수하게 된다.

이때 한국도로공사가 ▲건당 4500원의 선지급금 ▲약 22년간의 선지급금 이자 ▲향후 지불할 유지관리비 등을 통행료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도 주목해야 한다.

협의회 측은 "소비자는 이용료와 세금으로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SOC의 근간인 타당성 검토가 정확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면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추진할 때 또 다른 MRG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지 상시 정보공개 및 철저하고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