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오는 17일, 설 연휴 이벤트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막을 내릴 전망이다.

지난달 22일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올해부터 대형가맹점은 판촉행사 비용의 50%를 초과하는 비용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이 내용에 따라 카드사는 대형마트에 무이자 할부 판촉비용의 50%를 내라고 요구했으나, 대형마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이자 할부 서비스는 카드사가 마트 고객을 유치하는데 쓰이는 비용이기 때문에 카드사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무이자 할부 서비스로 이득을 얻는 쪽은 비단 카드사 뿐만이 아니다. 오히려 대형 가맹점은 이자 걱정 없이 소비하는 카드 고객들 덕분에 엄청난 매출 증가를 누려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전체 카드 매출의 17.26%(68조 175억원)가 할부 구매였다.

그동안 카드사가 연간 판촉비용으로 부담해온 금액은 1조 2,000억원. 전체 마케팅 비용 5조 1,000억원의 약 24%에 해당한다. 이 비용은 카드사들이 중소 가맹점에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하거나, 카드론 등의 고금리 사업을 통해 메워왔다.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높이고, 영세 중소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낮추는 것. 여전법 개정은 이렇게 경제적 약자들이 할부금을 갚아오던 실태를 고치기 위해 시행됐다.

그러나 의도와는 반대로 여전법 개정은 경제적 강자들의 밥그릇 싸움이 돼버렸다. 각 업계는 ‘고객 피해’를 운운하며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기 급급해 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카드사 고객과 마트 고객이 모두 같은 고객이라는 점에서 웃지 않을 수 없다.

소비자들은 카드사가 그동안 당연한 것처럼 제공했던 무이자 할부를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중단해 혼란을 일으킨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은 뭘 하고 있느냐고 비난했으나, 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고수해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할부는 일종의 ‘빚’의 개념으로 빚을 진 소비자가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친절하게 외국의 사례까지 들어가며 이런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오히려 소비자들을 꾸짖고 있다.

금융당국에게 한 수 알려줘서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소비자들은 정부가 수년간 카드 이용을 장려해오더니, 이제 와서 “잘못된 제도는 바로 잡아야 한다”고 훈수를 두고 “협상을 두고 볼 방침이다”며 강 건너 불구경 하고 있으니 약이 오르기까지 하다.

혜택을 받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에 논리에 따르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소비자가 아니라 오히려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이다.

따지고 보면 소비자들이 무이자 할부로 인해 얻는 이익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과연 무이자 할부 결제를 한 달에 한 번만 하는 소비자들이 있을까? 즉 한 달에 2~3번씩만 카드결제를 해도 결국 한 달 동안 카드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같아진다.

이렇게 불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과소비를 부추겨 한 달에 수십 번씩 카드 결제를 장려해 수익을 올려온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들은 더이상 무이자 서비스 중단과 재개의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하루 빨리 수수료 협상을 마쳐 소비자 불편을 줄여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기존의 수수방관적 태도를 버리고 협상 중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단순히 잘못된 상황을 꼬집는 것보다 앞으로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소비자들을 위한 길이 아닐까.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