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본지 보도된 에쿠스 화재 사건은 피해자들만 남겨두고 잠정 종결됐다. 제보자는 차량 전소의 원인을 어떻게 밝혀낼까를 고민하다 결국 폐차를 결정했다.

차량의 훼손 정도가 클수록 원인을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며, 비슷한 사건이 묻혀간 이렇게 묻혀간 경우가 허다하다는 충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전소되기 직전 차량을 수리했던 서비스센터는 20년 동안 정든 단골의 신용을 잃어버렸다.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충분히 협력할 의향이 있었지만, 소비자 측에서 이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결국 원인 및 책임을 놓고 벌어진 공방은 보상금을 둘러싼 감정싸움으로 비화되고 말았다. 차에 번진 불이 엉뚱한 곳으로 번져 서로에게 화상을 입힌 셈이다.

잘잘못을 따지기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그런데,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사건의 구도에서 빠진 가장 큰 축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사건과 직접적 연관관계를 전면 부정하면서 이 불을 먼발치에서 보는둥 마는둥 전혀 관심 없는 현대기아차 본사가 바로 그것.

화재 당시 소방대원은 엔진과열로 화재가 일어났다고 밝혔음에도, 사측에서는 그 어떤 대응도 보이지 않았다.

차량 부품문제인지, 정비과정의 문제 혹은 소비자 과실인지 책임소재를 파악하기 앞서, 자사에서 생산된 차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 나몰라라부터 외치고 보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본지에 제보된 차량전소만 이번이 세 번째지만, 현대기아차에서 책임지고 원인 규명에 나서는 모습은 한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

심지어 작년 7월 경남 거제시에 사는 강 모 씨가 주차해놓은 현대차 i30에서 밤새 불이 나 전소된 사건의 경우 국과수가 내부발화 추정이라는 조사결과를 내놓음에도 이를 부인했던게 현대기아차 아니던가.

강건너 불구경, 이정도면 도를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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