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보험전문가인 회사 측은 자세한 설명할 의무 있어”

생명보험 가입 시 피보험자의 서명동의가 없으면 계약은 무효가 되지만 보험회사가 이 사실을 자세히 안내하지 않아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회사에 배상책임이 있다는 최근 판결이 나왔다.

지난 달 27일 부산지방법원(재판장 심형섭)은 “생명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계약 체결 시 피보험자에게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하면 상법 제731조 제1항에 위배돼 그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이므로 보험전문가인 보험모집인이 생명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는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않으면 그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사건번호 2012가합12842(본소) 채무부존재확인, 2012가합43877(반소) 보험금)

◆ 사건 개요

피고인 C는 2009년 8월 5일 원고 소속의 TV 홈쇼핑 통신판매인 D와 전화 상담을 한 후 다음날 피보험자를 피고의 남편 E로 해 보험을 체결하고 1회 보험료를 원고에게 납입했다.

판매인 D는 2009년 8월 6일 E에게 전화해 이 사건 보험계약 체결에 대한 동의 여부를 확인하면서 ‘이 녹음 내용은 청약서 자필서명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고 있다’고 고지하고 E의 업무내용, 건강상태 등에 관해 질문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주 계약 약관에 따라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대중교통사고 이외의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 일반사망보험금 2억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돼있다.

E가 지난해 5월 27일 급성 알코올 합병증(추정)으로 사망하자 피고는 같은 해 6월 5일 원고에게 일반사망보험금 2억 5,0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원고는 약관 제4조 1항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계약에서 계약체결시까지 피보험자(보험대상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한 경우’를 들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 재판부 “설명의무 위반으로 보험 무효시 보험회사 손해배상 책임 인정”

재판부는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 있어서 보험계약 체결 시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않으면 상법 제731조 제1항에 위배돼 그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는 것이므로 보험전문가인 보험모집인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 체결을 권유할 때에는 피보험자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않으면 그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사실을 보험계약자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해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피보험자의 서면동의를 받을 기회를 주어 유효한 보험계약을 하도록 조치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보험계약자가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면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9. 4. 27. 선고 98다54830, 54847 판결 등 참조)”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D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청약서에 서명하고 직접 사인을 해서 보내달라’고 하거나 ‘E의 사인이 없으면 자동으로 청약서가 반송된다’고만 했을 뿐 피보험자 E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못하면 위 보험계약이 무효가 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사실, 청약서의 피보험자란 E의 서명과 계약자란 피고의 서명은 육안으로 보아도 동일인이 한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나 E에게 직접 확인해 이를 시정∙보완하지 않은 사실, 피고에게 이미 서명 날인이 기재된 청약서에 사인을 추가해서 보내달라고 하면서도 사인을 추가로 요구하는 이유나 사인을 E가 직접 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결국 피고는 D의 위와 같은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것이므로 보험회사인 원고는 보험업법 제102조 제1항에 의해 D가 보험모집을 하면서 보험계약자인 피고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피고 또한 보험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약관 등을 검토해 그 보험계약이 유효하기 위한 조건에 관해 알아보고 E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으나 이를 게을리한 잘못이 인정되는바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보면 이러한 피고의 과실비율은 3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른 일반사망보험금이 2억 5,000만원이니 피고의 과실을 참작하면 원고는 피고에게 보험금 중 70%인 1억 7,500만원 및 이에 대해 피고가 원고에게 보험금을 청구한 날로부터 10 영업일이 지난 후부터 원고가 그 이행의무가 있다고 인정. 이 판결 선고일까지 상법이 정한 연 6%,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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