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 과장(38)은 전형적인 적자인생. 월급을 받으면 곧 바로 주택담보대출금 이자로 190만원이 빠져나가고 남는 돈으로 아이들 학원비와 기본 생활비를 내고나면 매월 20만~30만원씩 적자다.
서울과 경기도에 있는 집 두채를 빼면 김 과장이 가진 재산이라곤 자동차 한대 정도뿐 저축한 돈도 한푼없다.
사실상 빚 말고는 집 한 채만 달랑 있는 하우스푸어.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사실상 절대 빈곤에 빠진 하우스 푸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1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서 주택담보대출을 가진 2000가구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자의 16.2%가 하우스푸어로 파악됐다.
이들 하우스푸어는 생활소득에서 금융대출 원리금 상환으로 30% 이상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용자산 대비 부채비율도 100%를 초과한 상태다. 집을 빼고 나면 모든 자산을 처분해도 빚을 갚을 길이 없다는 의미다.
스스로 '전형적인 하우스 푸어'라고 지칭하는 김 과장은 지금 서울 아파트와 경기도 주택 때문에 떠안고 있는 대출금 3억4000만원 때문에 한 달에 대출금만 210만원씩 부담하며 부동산 경기 침체를 온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김 과장은 "7살, 9살 아이들의 교육비까지 더하면 한 달 월급은 마이너스"라며 "경기도 생활을 청산하고 서울로 들어오기 위해 지난해 4월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 지금은 '매우 경솔했다'는 후회가 든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하우스푸어들의 절대 다수인 96.3%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응답자의 74.8%는 "빚을 갚느라 가계지출을 줄여가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사정 탓에 하우스 푸어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64%는 "주택을 빨리 팔고 싶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주택을 팔고 싶은 이유로는 ▲자산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싶어서 26.9% ▲원리금 상환 부담 때문에 (25.4%) ▲주택규모를 변경하고 싶어서 (18.7%) ▲경기 침체를 견디기 위해 (13.7%) 등을 꼽았다.
표현은 다르지만 한결같이 집담보 대출금을 갚는 데 부담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연령별로는 30대(19.6%)~40대(18.9%)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50대(13.5%)와 60대(11.2%) 비중은 상대적으로 30~40대보다 적었지만 사실상 퇴직을 앞두거나 퇴직한 후에도 가계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드러냈다.
집값이 비쌀수록 하우스푸어도 많았다. 담보주택 규모별로 9억원 이상의 하우스푸어가 22.3%에 달했다. 집값이 6억~9억원인 하우스푸어는 14.5%, 3~6억원은 17%로 나타났다. 집값이 1억5000만원~3억원 비율은 15.6%, 1억5000만원 미만인 경우는 13.2%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17.4%) 및 경기(18%) 지역에서 하우스푸어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지역의 경우 고가 아파트가 집중돼 있는 상위 4개구에서도 하우스푸어 비중이 17.2%로 높았다.
연구소는 "부채상환능력이 낮으면서 이자만 납부하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26.2%를 차지한다"며 "올해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의 만기도래 비중이 21.2%로 가장 높아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69%로 금융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거 금융위기 직후 급등했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기준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로 빠르게 안정됐다. 그러나 최근 대출 규제 재개와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최근 상승하는 추세다.
연구소는 "올해 주택시장은 수도권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수도권 역시 상승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택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주택보급률 확대와 주택수요 감소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나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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