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VIEW] ‘남자가 사랑할 때’... 여자는 울리지 말아야 합니다.

※ 본 기사는 지극히 주관적인 리뷰로, 영화 내용이 일부 노출될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소비자고발신문 박선영 기자] 금요일 밤에 볼만한 영화를 고르던 중, 큰 고민 없이 <남자가 사랑할 때>를 선택했습니다. 사실은 최근 개봉한 영화는 대부분 보았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이유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다작(?)하는 편이라, 기사는 쓰지 않아도 보기는 매우 많이 보는 편입니다.

물론, 면면이 화려한 출연진을 보고 영화의 깊이는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최근에 느껴지는 황정민 배우의 이미지가 ‘느와르’로 치우치고 있어 외면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기자에게는 ‘황정민 식 멜로’ 하면 떠오르는 두 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우선 마른 수건의 눈물도 짜냈을 <너는 내 운명, 2005>과 <행복, 2007>입니다. <너는 내 운명>을 통해서 황정민 배우는 국민 순정남이 되었습니다. 어쩌면 순정남보다는 ‘진정(眞情)남’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만, <너는 내 운명>을 넘어서는 멜로가 태어나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큽니다.

느와르를 표방한 멜로이거나, 멜로를 표방한 느와르 장르의 영화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보다 먼저 마주한 <남자가 사랑할 때> 속의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배우들의 느낌을 통해서, ‘아 이 영화는 멜로를 표방한 느와르 겠구나’ 싶었습니다.  

▲ "아, 이 포스터를 보고 어찌 이 영화가 멜로일 거라는 생각을 할 수 있더란 말입니까!" 

그리고 이런류의 영화는 보통 ‘비극’의 정점에서 끝을 맺기 때문에 새드엔딩무비라서 또 싫기도 합니다. (사는 것도 힘든데, 영화라도 해피엔딩이면 얼마나 좋습니까!!)

 

나이만 먹었을 뿐, 대책 없는 이 남자.
아직도 형 집에 얹혀살며 조카한테 삥 뜯기는 이 남자.
빌려준 돈은 기필코 받아오는 이 남자.
목사라고 인정사정 봐 주지 않는 이 남자.
여자한테 다가갈 땐 바지부터 내리고 보는 막무가내 이 남자.

평생 사랑과는 멀었던 한 남자가 사랑에 눈 뜨다!
일생에 단 한 번 ‘남자가 사랑할 때’

▲ <"아, 쫌!!">

<남자가 사랑할 때>의 시놉시스는 이러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 남자’는 모두 대산실업에 재직 중인 태일씨(황정민 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대책 없고 속절없는 남자가 밑도 끝도 없이 사랑에 빠지면서 ‘반전’이 시작됩니다.

▲ <"태일씨, 옷 갈아입으셨쎄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전제를 두고 보면 태일씨는 건실하고 인정 많은 대산실업 부장이었지요. 맡겨진 일을 처리하기 위해 석유를 마시는 고통도 마다않고, 바지를 내리는 부끄러움도 잊은 채 말이죠. 게다가 시장 통 사람들에겐 든든한 바람막이 점퍼 같습니다.

▲ <"연애는 이렇게 하는 겁니다. '걷기나 조금'이 아니라,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 ‘남자가 사랑할 때’, 비극은 옳지 않아요.
태일씨가 사랑하게 된 여인 주호정씨(한혜진 분)는 지역사회에서는 최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제2금융권(새마을금고) 여직원입니다. 명색이 딸이 은행원인데 아버지는 어쩌자고 이자가 49%에 육박하는 사채 빚을 얻었던 것일까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빈곤해져 곤란한 상황에서도 호정씨의 외모는 군산최고의 꽃미모를 자랑합니다.
그러니 막무가내 대책 없는 태일씨를 눈빛 하나로 사로잡지 않았겠습니까. 게다가 ‘만나서 걷기나 조금’ 할 만큼의 선긋기를 통한 관계유지법은 ‘밀당의 고수’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입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 어쩐지 불행한 예감’이 엄습해 오는 건 기자 개인의 문제일까요. 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안함을 떨치지 못한 예감은 기어이 현실로 나타나고 맙니다.
남자가 사랑한다면 말이죠, 제 여자는 울리지 말아야 합니다. 목 놓아 울게 할 거면 사랑한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지 말입니다.

▲ <"누가 이 가족을 콩가루라 부르는가!!">

▶ ‘연인애’ 보다 ‘가족애’ 그린, <태일씨가 사랑할 때>
러닝타임 120분 중에 대략 80분 이후를 지나면서 기자는 내내 훌쩍거렸습니다.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쫄쫄 흘러내리는 수돗물처럼 눈물이 주루륵. 그랬습니다.
대책 없이 눈물이 많은 탓도 있지만, 경우 없이 신파로 흘러간 영화의 탓이 더 크다고 우겨보겠습니다. 태일씨와 호정씨의 연애사는 ‘양아치와 도도한 은행원이 연애하다 헤어진 이야기’였습니다. 헤어졌는데, 안 아프면 그게 더 이상한거니 슬프지 않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 "형제는 용감(?)했다?"

가족애, 이 영화- 좋습디다.
정말 짠하고 찡한 가족애를 느꼈습니다. 보이는 그대로만 본다면 콩가루 가족이지만 그 끈끈한 정과 사랑을 버무리면 은근한 청국장 같은 엉킴으로 발효될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곽도원 배우가 그간의 악역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스런 귀요미 역할로 분해서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 "기자는 곽도원 배우가 무지 매우 정말 좋습니다!"

 

▲ "혼연일체, 이제 부디 동안으로 거듭나소서"

끝으로, 사랑해 마지않는 황정민 배우의 최근작을 관통하는 '남자'의 옷을 이제 그만 벗어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친구는 잘 사귀고 볼 일입니다. 태일씨 비극의 팔 할은 친구 탓입니다.

-이상, 리뷰 끝-

 

출연: 황정민 한혜진 곽도원 정만식 김혜은 강민아 그리고 남일우.

개봉일 : 2014년 1월 22일,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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