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상실의 시대' 외
[소비자고발신문 = 윤초롬 기자] 해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일본의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90년대 우리나라에서 ‘하루키 붐’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끈 작가로 국내 문단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의 상당수가 “나는 하루키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할 정도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러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은 단연 ‘상실의 시대’이다.
이 작품은 오늘 날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든 그의 출세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CF와 드라마 등에 모습을 비추며 꾸준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의 301번째 작품으로 선정하며 고전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와 그와 연관된 다른 작품들을 소개해본다.
▶ 모든 청춘에게 바치는 비가(悲歌),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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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문학사상사의 '상실의 시대' 표지. 각종 CF와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모습을 비췄으며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된 '응답하라 1994'에서 나정이가 읽는 모습이 나와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처 = 문학사상사) | ||
‘상실의 시대’의 원제는 ‘노르웨이의 숲’으로 이 작품은 1987년 발표된 이후 일본 문학사에 굵은 한 획을 긋는다.
이 소설은 주인공 ‘와타나베’와 그의 고교 시절 친구 ‘나오코’, 대학에서 만난 친구 ‘미도리’를 둘러싼 청춘의 사랑을 그린 일종의 연애소설이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소설을 넘어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와 상실감을 비롯한 사랑, 질투, 미움, 고독의 심리를 특유의 탁월한 문장력으로 그려내고 있어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죽음과 맞닿아 있는 창백한 소녀 ‘나오코’와 생기발랄한 ‘미도리’를 대비시켜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이들의 상처를 통해 사회적 격동과 전환의 시대를 맞이한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퍼져있던 알 수 없는 상실감과 공허감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시기를 겪던 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동일한 이유로 큰 공감을 얻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이 작품은 짙은 관능이 깔린 노골적인 성애 장면으로 논란이 됐으며 신세대의 새로운 사랑의 방식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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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상실의 시대'가 영화화되는 것을 계속 반대했지만 트란 안 홍감독의 계속되는 구애에 결국 허락하고 만다. (출처 = '상실의 시대' 공식 홈페이지) | ||
▶ 다소 아쉬웠던 영화 ‘상실의 시대’
영화 ‘상실의 시대’는 일본 감독이 아닌 베트남에서 출생해 프랑스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트란 안 홍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에서는 2010년에,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 4월에 개봉됐다.
영화 제작 당시 원작자인 무라카미 하루키는 원작에 없는 대사들이나 특별한 메모를 전달하는 등 영화에 대한 애정을 깊이 드러냈으며 세계 최초로 비틀즈의 원곡을 영화 음악으로 사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처참했다. 단순히 영화 속 캐릭터들이 원작의 대사를 읊조릴 뿐 원작에 녹아 있는 특유의 분위기를 표현해내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혹자는 반복되는 성애 장면에 “고풍스러운 포르노 같았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누적 관객수는 약 1만 9천 명으로 스크린 점유율 1%대, 예매율 0%를 기록하며 흥행 실패했다.
▶ 와타나베가 손에서 놓지 않았던 ‘위대한 개츠비’
| ▲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영화화 돼 지난해 개봉했으며 화려한 영상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으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출처 = 영화 '위대한 개츠비' 캡쳐) | ||
‘상실의 시대’에서 와타나베는 ‘위대한 개츠비’를 손에서 놓지 않는다. 심지어 ‘와타나베’와 소설 속 주요 인물 중 한명인 선배 ‘나가사와’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등장하기도 한다. ‘나가사와’는 소설 속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이상 읽은 사람만이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지”라는 유명한 대사를 남기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는 20세기 가장 뛰어난 미국 소설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는 판본만 30여종에 이른다.
이 작품의 작가인 ‘피츠 제럴드’는 일명 재즈시대라고 불리는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0년대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잃어버린 세대’는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의 승리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얻었지만 전쟁의 참화를 체험한 젊은이들이 삶에 환멸을 느끼는 것이 특징으로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일맥상통한다.
‘피츠 제럴드’는 ‘위대한 개츠비’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집착으로 부를 축적한 ‘개츠비’와 허영 가득하고 충동적인 경향이 강한 ‘데이지’, 마초적 성향이 강한 ‘톰’을 내세워 아메리카 드림의 허상을 잘 드러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국 소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한 바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본에서 이 작품을 번역하기도 했다.
▶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비틀즈의 ‘Norwegian wood’
비틀즈의 곡 ‘Norwegian wood’는 ‘상실의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곡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곡에서 영감을 받아 ‘상실의 시대’를 저서한 것으로 유명하다.
소설 역시 37살의 ‘와타나베’가 우연히 ‘Norwegian wood’ 연주곡을 듣고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시작되며 ‘나오코’가 가장 좋아해 ‘레이코’가 연주한 곡이기도 하다.
비틀즈의 ‘Norwegian wood’는 1965년 12월에 발표된 여섯 번째 정규앨범 ‘Rubber Soul'에 수록된 곡으로 이 앨범은 비틀즈의 5대 명반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곡의 제목은 하루키의 영향으로 ‘노르웨이의 숲’으로 흔히 번역되지만 본래 ‘Norwegian wood’는 1960년대 영국에서 인기를 끌던 노르웨이제 가구를 의미하며 한 남자가 여성과의 사랑을 꿈꾸지만 다음날 일어나보니 사라져버렸더라는 허무한 내용을 담고 있어 ‘와타나베’가 처한 상황과 통하는 면이 있다.
또한 이 곡은 조지 해리슨의 시타르 연주와 클래시컬한 멜로디의 곡으로 발랄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며 영화 ‘상실의 시대’에서는 주제곡으로 선정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