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삼성SDI가 31일 제일모직을 흡수 합병함에 따라 삼성그룹 ‘모태 기업 3사’인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중 삼성물산만 삼성그룹의 품에 남아있게 됐다.

제일모직은 지난 1954년 고(故) 이병철 회장이 삼성물산, 제일제당에 이어 섬유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며 세운 3번째 회사였다. 그러나 삼성SDI는 31일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 측도 이날 “양 회사가 오늘 오전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말했다. 삼성SDI가 제일모직을 합병해 존속법인이 되고, 제일모직이 소멸법인이 되는 구조다.

“먹는 문제를 우리 손으로 해결하겠다”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의지로 1953년 창업한 제일제당은 지난 1993년 삼성과 굿바이를 선언했다. 창업주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 쪽으로 분리됐기 때문. 4년 후인 97년, 삼성그룹과의 법적 계열 분리가 완료됐다.

결국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창업(1938년)하고 유일하게 생존하게 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삼성물산의 미래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그야말로 뜨겁다. 

삼성물산은 1995년 삼성건설을 흡수 합병하면서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으로 현재 분리돼 있다.

건설부문은 세계 최고층 마천루 부르즈칼리파와 타이베이 금융센터,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 등을 시공하며 세계 톱 클래스의 시공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주택사업 부문의 브랜드 래미안은 브랜드가치와 고객만족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사부문은 화학·철강·전자재료 트레이딩부터 섬유·물자 브랜드 영업, 신재생에너지 사업까지 다양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룹 지배구조 재편과정에서도 업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전자, 제일기획,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정밀화학, 삼성SDS, 삼성에버랜드,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수 계열사의 지분을 4∼38%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분율을 7.81%까지 확대했다. 시장을 중심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가능성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룹 계열사 다수의 지분을 갖고 있어 삼성전자와 더불어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 업계 한 관계자도 “제일모직이 가지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최근 매출이 정체된 삼성물산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40분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전일보다 1800원(2.57%) 오른 7만19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간 삼성물산은 400원(0.65%) 오른 6만1900원에 거래됐다. 이는 삼성SDI와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지난해 말 최치훈 사장이 취임한 삼성물산은 올 1분기의 경우 13억 1000만달러를 수주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에는 135억달러를 해외에서 수주하며 역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