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최봉석 박종효 기자]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의 발언을 놓고 카드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 사장의 발언을 놓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우리카드의 신상품인 ‘가나다 카드’가 자사 제품을 표절했다고 지적했다.

우리카드로서는 출시 이전부터 KB국민카드의 ‘훈민정음 카드’와 상품의 컨셉이 비슷해 고객들이 혼동할 것이라는 고민에 빠져왔던 터라, 국민카드가 아닌 현대카드에서 이같은 ‘표절 논란’을 제기하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달 31일 고객의 카드 사용 패턴에 따라 업종을 선택하고 이를 다시 할인형과 포인트형으로 나눈 신상품 ‘가나다 카드’를 출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사카드 ‘챕터(Chapter) 2’와 우리카드의 ‘가나다 카드’ 광고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고 “우리카드가 자사의 상품을 완벽하게 표절했다고 비판했다.

정 사장은 글을 통해 “한 개인일 뿐인 아티스트도 앨범 발표 전에는 표절 논란을 피하고자 수많은 곡과 대조를 한다”면서 “막상 큰 조직이 움직이는 다른 분야에선 그런 건 염두조차 없다. 차라리 적당해서 못 본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이라고 썼다.

정 사장은 그러면서 “우리카드 환영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뒤 “필요하면 365일간의 프로젝트 기간, 21만 시간 인력 투입, 160번의 경영진 회의 등 치열했던 1년의 기록까지 보내드리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경쟁사를 그대로 모방하자고 하는 순간 조직 모두에게 드리워지는 자신감 상실, 스스로의 고민 포기에서 오는 손실은 모방에서 얻는 이익의 10배를 넘고도 남는다”며 우리카드를 향한 날선 비판을 퍼부었다.

하지만 우리카드 측은 ‘챕터2’ 상품 콘셉트를 독자적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정 사장의 글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현대카드의 표절 시비에 대해,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가나다 카드가 고객의 주요사용처와 업종영역의 선택폭(주요업종, 집중선택업종, 전업종)을 확대한 점은 기존 상품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우리카드 고위관계자는 “현대카드를 본 적도 없다”면서 “카드 혜택과 명칭을 단순화하고 소비 패턴에 맞춘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은 모든 카드사의 기본 트렌드”라고 일축했다.

다른 업체 역시 정태영 사장이 우리카드 신상품을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선 "경쟁사 최고경영자(CEO)가 대놓고 표절 의혹을 제기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히려 정 사장이 지난해 삼성카드에 이어 표절 논란을 또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리고 있는 배경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에도 ‘삼성카드4’가 “현대카드 ZERO를 표절했다”며 삼성카드에 발급을 중단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 관계자는 4일 “현대카드의 주장을 통해 우리카드 신상품을 확인해봤지만 표절근거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A카드사 고위 관계자는 “정 사장이 꾸준히 표절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카드업계에도 ‘배타적 사용권’을 도입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치훈 전 삼성카드 사장은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국 아멕스카드는 그린, 골드, 실버, 블랙 등 색깔 카드를 앞서 선보였고, 이후 현대카드가 최우량고객(VIP) 대상 색깔 카드를 내놓았는데 숫자카드가 표절이라면 현대카드 또한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배타적 사용권’은 현재 은행·보험·증권사 등 각 금융회사들이 개발한 신상품의 독창성을 보호하기 위해 출시 이후 최대 6개월 간 해당 콘셉트의 상품을 당해 회사만 판매 하도록 하는 권한인데 현재 카드업계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는 영업 환경이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배타적 사용권마저 도입한다면 끊임없는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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