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결국 대규모 명퇴...새노조 강력 반발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사상 첫 영업이익 적자,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KT(회장 황창규. 사진)가 결국 8일 ‘명예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KT는 이날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최근 회사가 직면한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결단”이라며 근속 15년 이상이 된 직원 대상 명예퇴직 계획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황창규 회장이 취임 직후 언급했던 ‘혁신’이 사실상 ‘인건비 줄이기’로 귀결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기업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이는 이석채 전 회장 퇴진 이후 “직원들의 1등 DNA를 불러 일으키겠다”던 황창규 회장의 혁신 자체가 모든 고통과 부담을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기 때문. 

전언에 따르면, 구체적인 감원 규모는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 2009년 말 구조조정 규모에 비쳐 20% 정도인 6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이석채 전 회장도 KT와 KTF를 합병하면서 대규모 명예퇴직을 통해 인원 5992명을 감원해 연간 5000억원 정도 인건비를 줄인 바 있다.

KT 새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이석채 전 회장의 비리 경영은 청산하지 못하고 직원들에게 비리 경영의 모든 부담을 떠 넘기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고 “명예퇴직, 분사, 복지축소 등 모든 게 노동자들에게 불이익한 조처를 융단 폭격하듯 쏟아낸 이번 노사합의는 ‘이석채 체제를 청산하라’는 직원들의 혁신 열정과 시민사회의 기대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KT 경쟁력 저하의 핵심은 경영진의 비리와 장기전략 없이 일시적 비용절감에 의존한 경영으로 인한 직원들의 사기 침체가 핵심적 원인이라고 지적해 왔다”면서 “황창규 회장의 장기적 경영전략 부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고 하지만 이는 전산개발 실패에 따른 손실 2700억원으로 인한 일시적인 것”이라며 “이러한 대규모 명예퇴직과 대부분의 일자리를 분사시키는 것과 동시에 복지축소 등 반노동적인 모든 것에 합의해준 행태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노조 측도 비판했다.

반면 한국노총 산하 KT 노동조합은 회사측의 결정에 대해 ‘냉정한 판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KT노조는 별도의 성명을 통해 “회사가 없으면 조합도 조합원도 있을 수 없고 우리 삶의 터전도 송두리째 사라져 다 같이 공멸한다”며 “노조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한 채 명예퇴직과 인사복지제도 개선 등 피나는 노력을 회사와 함께 시행하기로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러면서 “연이은 기업 도산과 기업 이기주의에 대한 사회적 우려 속에서 고통 분배 대신 투쟁과 파업을 선택한다는 것은 아예 화약을 지고 불길로 뛰어드는 것과 다름 없을 것”이라고 새노조 측의 움직임을 경계했다.

KT노동조합은 현재 조합원 2만 4500여명을 거느린 최대 노조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