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김종준 하나은행장 징계내용 공개 거론...양측 갈등 최고조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금융당국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징계 내용을 조기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이 저축은행 비리로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퇴임 거부 의사를 밝히자, 금융당국이 발끈하며 김 행장이 조속히 사퇴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종준 행장이 끝까지 버틸 경우 금융당국과 하나은행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받은 김 행장이 임기 만료 시까지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김 행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 결정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재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제재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금융당국은 문책경고 이후 김 행장이 임기를 끝까지 마칠 것이라고 한 것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김 행장이 중징계 통보를 받았음에도 자리를 고집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며 “물러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겠다면, 본인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에서 김 행장의 제재 내용을 서둘러 공개해 얼마나 문제가 있는 인물인지 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1년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을 투자해 59억5000만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이유로 지난주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았다. 하나캐피탈은 투자결정 과정에서 이사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채 사후 서면결의를 통해 부당하게 업무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견상 정부가 김 행장에 대해 ‘망신’을 준다는 게 핵심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행장이 정부의 압박에 ‘콧방귀’를 낄 경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까지 포함해 하나금융 내부통제 전반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이뤄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실상 김정태 회장 입지까지 흔들리게 되는 셈이다.

김 행장은 앞서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시 저축은행 투자 건은 정상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조치였다”고 주장하면서 “내년 3월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퇴임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김종준 은행장은 평생을 몸담아온 하나금융그룹의 조직 안정과 발전을 위해 끝까지 헌신하겠다는 생각이지만, 금융당국은 이와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전문가들은 하나금융이 KT ENS불법대출, 삐걱거리는 외환은행과의 통합 등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 사망선고’를 받은 김종준 은행장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형성하게 될 경우 총체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불똥이 당국의 고강도 검사로 돌아올까 조직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사람을 대놓고 망신을 주고 있다. 금감원이 해도 너무한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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