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많은 영화시상식에서 작품상, 주연상 등이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빠지지 않는 상이 있다. 바로 음악상이다. 좋은 OST(Original Sound Track)는 영화만큼이나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영화를 생각하면 그 음악이 떠오르고, 그 음악을 들으면 영화 속 감동이 또 한 번 스쳐지나간다.

배우의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대사로써 전달할 수 있는 감정과 영화 음악이 줄 수 있는 감정은 또 다른 개념이다. 영화 음악을 통해 감독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새롭게 만들거나 더 고조시켜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을 극대화시킨 영화들이 있다. 관객들은 소위 ‘음악 영화’라고 부르는데 2007년 <어거스트 러쉬>나, 같은 해 개봉한 <원스> 그리고 최근 200만을 돌파하며 다양성영화 신기록에 도전하는 <비긴어게인>이 그렇다.

이들은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다. 음악이 소재고, 인물들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곳곳에서 노래한다. 그렇게 관객의 귀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영화들을 본 관객들은 스토리와 내용에 치중하기보다 다만 너무 좋았던, 며칠동안 귀 안에 맴도는 그 노래를 기억한다.

<비긴어게인>과 이 영화의 흥행 성공으로 자주 비교되는 또다른 영화음악 <원스>를 보고자 한다.

음악으로 치유받는 청춘, 존 카니 감독의 두 작품

현재 상영 중인 <비긴어게인>은 사상 유례없는 대작들의 풍년 속에 다양성영화로는 200만을 돌파하며 좋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대작들이 흥행 성적이 어느정도 결정이 된 가운데 입소문이 나면서 뒤늦게 관객점유율을 높이는 뒷심까지 발휘하고 있다.

사전지식없이 <비긴어게인>을 관람했다면 <원스>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 모른다. 그 이유는 바로 두 영화를 모두 존 카니 감독이 맡았기 때문이다.

 

흐름이 비슷하다. <원스>의 ‘그’도, <비긴어게인>의 ‘그레타’도 음악을 사랑하지만 현실의 벽에 주저앉은 주인공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들의 실력을 관객에게 들려준다. 하지만 현실은 아무도 이들의 실력을 알아주지 않고, 더욱이 그것을 뽐낼 기회조차 쉬이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운명처럼 자신의 상처를 보듬어 줄 상대를 만나고 둘 만의 방법으로 현실을 이겨내 음악적 역량을 만개한다. 관객들은 이렇게 완성된 음반을 귀를 통해 함께 나눈다. 또 음반만큼이나 값지게 자신을 치유해낸 인물들을 만난다.

그렇다고 두 남녀 주인공이 사랑의 키스로 결실을 맺는 뻔한 엔딩은 아니다. 존 카니 감독의 두 영화 속 인물들은 음악 속에서 그 자체로 행복을 느끼고 치유된다. 또 그것으로 됐다. 이러한 담백한 엔딩은 영화의 여운을 온전히 머금을 수 있게 한다.

날 것의 매력을 버리고 틀을 갖춘 음악영화로의 진화

<원스>가 개봉 이후 알려진 흥미로운 일화는 70년생 아일랜드 출신 남자주인공 글렌한사드와 88년생 체코 출신의 여자주인공 마르케타 이글로바가 영화 이후에 실제 연인이 된 것이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원스>에 더 큰 몰입감을 주게 했는데 애초에 두 주인공은 관객들에게 생소한 배우였는데다가 영화 내내 전문적이지 않은 어색한 앵글들이 픽션이라기보다 마치 다큐멘터리의 느낌을 준다.

또 두 주인공은 연기가 전문인 배우가 아닌 가수와 작곡가로 활동했었다. 특히나 둘의 출신지가 유럽의 끝과 끝이어서 영화 내에서도 연기인지 진짜인지 모를 어색한 의사소통이 그대로 영화에 담겨있다.

영화 내용은 어디서 봤음직한 뻔한 이야기일 수 있었겠지만 <원스>는 관객에게 실화와도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고, 가장 큰 무기인 음악을 표현하기에 최적화된 주인공으로 확실하게 관객의 귀에 어필했다.

반면, <비긴어게인>은 OST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음악을 극대화한 점을 빼면 <원스>와 비교해 출연 배우부터 깔끔한 화면은 물론 전체적으로 상업영화의 틀을 갖췄다. 다양성영화로 분리되는 <비긴어게인>은 2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일반적인 다양성영화에서 볼 수 없는 완성도를 증명한다.

출연 배우는 <캐리비안의 해적>, <오만과 편견> 등에서 연기했던 키이나 나이틀리가 주인공 ‘그레타’역을 맡았다. 또 그 상대역 ‘댄’은 <어벤져스>의 브루노 배너 박사를 맡았던 마크 러팔로가 연기한다.

▲ 클럽에서의 '그레타'와 '댄'

앞서 말했듯이 <비긴어게인>의 영상에서는 서툰 느낌은 찾아 볼 수가 없다. 오히려 OST에 잘 들어맞는 아름다운 뉴욕을 배경으로 영상미를 뽐냈다.

술에 취한 ‘댄’이 허름한 바에서 ‘그레타’를 처음 만나, 상상 속에 그려지는 밴드를 표현한 장면이나, ‘그레타’와 ‘댄’이 Y잭(두 이어폰을 이어주는 연결단자)으로 함께 노래를 들으면서 걷던 밤거리와 클럽 장면은 잘 표현됐다. 

또 지하철, 할렘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옥상 등 특정 지역에서 녹음을 한다는 설정은 영상미뿐만 아니라 재미와 감동을 주기에 잘 짜여진 구성이다. 물론 관객들이 실제로 녹음이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하지만 정말 그렇게 시끄러운 곳에서 음반 녹음이 가능한지 아직도 궁금하다)

‘에덤 리바인’의 등장, 또다시 이어지는 OST의 감동

한 때 <원스>의 ‘Falling slowly’는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당장 기타를 배우고 싶게 만드는 마법의 OST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음악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도 굉장히 뜨거웠다. ‘Falling slowly’를 비롯해 ‘If you want me’ 등 메인 OST를 제외하고도 가슴이 저릿했던 음악들이 여전히 두루두루 사랑받고 있다.

그 열기만큼이나 최근 <비긴어게인>의 OST가 주요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백미는 단연 ‘데이브’가 부른 ‘Lost stars’다.

처음 이 사실을 알고 많이 놀랐지만 ‘데이브’ 역을 맡은 배우는 세계적인 밴드 마룬파이브의 메인보컬 에덤 리바인이다.

싱글이나 새 앨범이 발표될 때마다 국내 음원차트 상위에 위치하는 마룬파이브는 인기로 치자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밴드다. 하지만 마룬파이브 메인보컬의 이름과 얼굴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어 보인다.(필자도 얼굴만 보고는 알아보지 못했다) 출연 배우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그 배우가 마룬파이브의 메인보컬이란 사실을 알기란 어렵다.

다만 그가 등장한 첫 씬에서 그 특유의 가성을 들었을 때 범상치 않은 배우구나 생각하게 되고, 이후 들을 수 있는 ‘A Higher Place’등 에서도 그의 노래 실력을 알 수 있다. 이윽고 마지막 ‘Lost Stars’에서 거의 확신에 찬 의문을 갖게 된다.

▲ '어? 이 목소리는 어디서 많이 들어본 목소린데?''데이브' 역을 맡은 마룬파이브의 메인보컬 에덤 리바인'

매번 빠른 템포로 청량감을 주던 마룬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은 ‘데이브’가 돼 자신의 실수로 떠나보낸 ‘그레타’를 위한 노래를 부른다. 항상 에너지 넘치던 그의 가성이 이토록 섹시하고 애절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레타’의 목소리로 듣는 ‘Lost Stars’와 떠나간 ‘데이브’에게 한 방 날려주는 ‘그레타’의 ‘Like A Fool’ 등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다양한 장소에서 녹음한 ‘그레타’의 첫 번째 앨범 수록곡들은 들으면서 영화 속 장면이 눈 앞에 선하다.

<원스>의 OST가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면 <비긴 어게인>의 OST는 솔직하고 명쾌하다. 인물들이 흐름에 따라서 자신의 감정을 음악에 담아 표현한다. 

끈적한 여름이 가고 이제 제법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서툴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더 감동이 있는 <원스>도 좋고, 안정된 연기와 화려한 영상미를 갖춘 <비긴 어게인>도 좋다. 두 영화 모두 귀로 느낄 수 있는 감동은 매한가지다. 깊어가는 가을밤 영화음악이 주는 감동에 며칠동안 OST를 흥얼거려보는 것은 어떨까.

8월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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