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팬들에게 부담 가중…비정상적인 소비 부추겨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아이돌계의 대세로 꼽히는 'EXO(엑소)'의 인기가 광고계에서도 뜨겁다.

아이돌그룹 엑소는 2012년 데뷔한 후 줄곧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활발한 연예계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높은 인기를 방증하듯 제과부터 화장품까지 다양한 업계의 광고 모델로도 활약 중이다.

아이돌을 사랑하는 팬들은 자신의 스타가 홍보하는 제품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러한 홍보 효과를 누리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아이돌을 모델로 발탁해 10대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10대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엑소를 활용한 기업들의 프로모션이 잦은 편이다.

인기 스타를 통해 제품과 기업을 홍보하는 것은 가장 전형적이며 보편적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이 아직 경제적 능력이 없는 어린 팬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겨 지나친 상술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음료수를 사지만, 음료수는 필요 없어요! 주객전도?

해태음료는 써니텐 페트병에 광고 모델 엑소의 포토카드를 붙였다. 써니텐을 구입하면 엑소의 포토카드를 1장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 엑소 포토카드를 증정하는 '해태음료' 이벤트

엑소의 포토카드가 붙은 써니텐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일부 팬들은 사고 싶어도 자신이 원하는 멤버의 포토카드가 없어서 못 구할 정도였다.

인터넷몰 상품문의 게시판에는 ‘음료수는 안와도 되니 제발 포토카드를 중복 없이 안전하게 배송해 달라’는 완전히 주객이 전도된 웃지 못 할 팬들의 요청이 쏟아졌다.

일부 오픈마켓에서는 써니텐 캔 음료 30개를 구입하면 엑소 포토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써니텐 한 박스를 구매해야 엑소 포토카드 2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어렵게 모든 멤버의 포토카드를 모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태음료는 곧 다른 버전의 포토카드를 증정하는 2차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와 비슷하게 세븐일레븐 역시 월드콘 아이스크림 3개 이상을 구입하면 엑소 브로마이드 1장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부채를 샀더니 화장품을 덤으로?

'7700원짜리 부채를 샀더니 화장품을 덤으로 주더라'는 엑소 팬들이 우스갯소리를 섞어 푸념처럼 늘어놓는 말이다.

실제로 네이처리퍼블릭은 매장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화장품을 구입 할 경우 엑소 포스터, 화보집, 달력, 부채 등을 사은품으로 주는 이른바 ‘엑소 마케팅’을 벌였다.

핸드크림 등 특정 제품을 구입 하면 12명의 멤버별 포토카드가 랜덤으로 포함 돼 있어 모든 멤버의 포토카드를 갖고 싶은 팬들은 똑같은 제품을 여러 개 구입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했다.

▲ 엑소의 사진이 들어간 '네이처리퍼블릭' 립밤

또, 제품 용기 바닥에 멤버별 스티커를 부착해 제품을 구입 후 내용물을 다 사용해야 어떤 멤버의 사진이 들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등 ‘화장품’을 파는 건지 ‘아이돌’을 파는 건지 모를 도 넘은 아이돌 마케팅을 펼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린 팬들은 필요 없는 화장품을 30만 원어치 사야지 모든 굿즈(아이돌 상품)를 다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값비싼 패딩 점퍼 사기 위해 엄마 조르거나 알바까지…

코오롱 스포츠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엑소의 팬사인회를 개최했다. 이 팬사인회는 고가의 패딩 점퍼를 구입해야 이벤트에 응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워진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바로 앞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확률 또는 기회는 많지 않다. 팬들은 이러한 기회를 놓칠 수 없다.

▲ '코오롱스포츠' 엑소 팬싸인회 공지

경제적 능력이 없는 어린 팬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엄마를 졸라, 때 이른 패딩 점퍼를 구입했다.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고 받은 돈으로 패딩을 샀다는 팬들도 있었다.

하나만 사서는 안심이 되지 않는 팬들은 값비싼 패딩 점퍼를 여러 벌 구매하는 경우도 생겼다. 실제로, 한 팬은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가족 것 까지 네 개를 샀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한 번에 약 200만 원 정도의 지출을 한 셈이다.

이 밖에도 100만 원 상당의 휴대폰을 구매한 고객 선착순 100명에게만 팬사인회 참여기회를 주는 이벤트 등 어린 팬들이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마케팅이 다수 벌어지고 있다.

이런 과도한 마케팅에 체념한 듯 일부 팬들은 본인 스스로를 현금이 인출되는 'ATM'으로 지칭하는 등 자조 섞인 한탄을 늘어놓기도 한다. 즐겁고자 하는 팬 활동이 몇몇 기업의 도 넘은 상술로 인해 오히려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다.

막대한 광고모델료를 지불하고 연예인을 기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통해 모델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모델과 제품의 이미지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홍보효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선순환적 방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단기간 특정 팬층을 겨냥해 비정상적인 소비를 부추기는 상술 마케팅은 장기적으로 모델과 제품의 이미지에도 모두 악영향을 미칠 뿐이다.

또한, 제품의 전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소수의 팬들만을 노리는 노골적인 마케팅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어린 팬들에게 부담을 주는 지나친 아이돌 마케팅은 팬들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역효과를 유발하게 된다.

최근 엑소는 롯데제과 빼빼로 모델로 새롭게 발탁됐다. 엑소 팬들은 이번엔 또 어떤  마케팅이 벌어질지 벌써부터 긴장 중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