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밴드 '대일밴드' 지고…'습윤밴드' 시장 각축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포크레인, 봉고차, 포스트잇, 스카치테이프, 호치키스, 워크맨, 버버리, 스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보통명사화 된 고유명사라는 점이다.

이렇듯 특정 브랜드가 유명해지면서 한 업체의 상품명 자체가 전체 상품을 대표하는 대명사처럼 쓰이는 경우가 간혹 있다. 제약업계에서의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단연 ‘대일밴드’를 꼽을 수 있다.

   
 

대일밴드는 현재도 일회용 밴드라는 단어보다 더 제품군의 대표성을 갖고 있을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8월 한 시장동향 정보제공 업체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자의 83.63%가 일회용 밴드 중 가장 먼저 생각나는 브랜드를 ‘대일밴드’로 응답했다. 

그러나 오랜 기간 동안 일회용 밴드의 대명사로 불리고 있는 ‘대일밴드’ 상품 자체는 이젠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진 실정이다. 약국에서 대일밴드를 찾는 소비자 역시 ‘대일밴드’, 즉 통칭 ‘일회용 밴드’를 찾는 것 일 뿐 진짜 ‘대일’밴드를 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일회용 밴드 시장은 충성고객이 적고, 제품 인지도의 영향이 거의 없다. 때문에 제품의 품질이나 성능을 따지기 보다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제품 혹은 알록달록 인기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경우가 많아졌고, 그로인해 시장 발전에도 한계에 부딪혔다.

이러한 좁은 시장성을 타개하기 위해 단순 일회용 밴드 보다 더 진화하고 고급화된 반창고가 등장하게 됐다. 바로 ‘습윤밴드’이다.

단순히 상처를 가리고 세균 침입을 막아주는 기능뿐이 못하는 일반밴드와 달리 습윤밴드는 상처 내 습윤 환경을 조성해 상처가 잘 아물도록 돕고, 상처 부위에서 나오는 진물을 흡수‧정화해 흉터가 남지 않게 하는 효능이 있다.

   
▲ 메디터치, 이지덤,  메디폼, 솔솔플러스, 듀오덤(왼쪽 위부터)

국내 습윤밴드 시장은 바이오회사 제네웰이 개발한 메디폼을 일동제약이 2001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개척됐다. 이후 메디폼은 줄곧 습윤밴드 제품 1위 자리를 강력하게 고수하며 지금의 습윤밴드 시장을 형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제네웰이 다국적 제약회사 한국먼디파마로 메디폼 판권을 넘기면서 습윤밴드의 시장 판도가 재구성되는 형국으로 들어섰다.

현재 일동제약 ‘메디터치’, 먼디파마 '메디폼', 대웅제약 ‘이지덤’, 보령제약 ‘듀오덤’, 종근당 ‘솔솔플러스’, JW중외제약 ‘하이맘스카’ 등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대략 800억 원 대로 추산되는 습윤밴드 시장 안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메디폼을 잃은 일동제약이 독자적으로 내놓은 ‘메디터치’가 한국먼디파마 제품으로 새롭게 태어난 ‘메디폼’의 파이를 얼마나 뺏어올지도 관건으로 떠오른다.

2001년 국내 최초로 습윤밴드를 선보인 이래 14년간 해당 시장을 주도해온 일동제약은 새 브랜드 '메디터치'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메디폼을 성장시킨 다년간의 노하우와 영업력을 바탕으로 메디터치 역시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시장을 계속 리드해 나가겠다는 것.

한국먼디파마는 광고 모델로 가수 겸 배우 이승기를 모델로 발탁하며 국내 홍보에 힘쓰는 한편, 말레이시아 출시를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에도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메디폼 패키지의 리뉴얼을 통해 각 제품 겉포장에 제품 특성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라인별로 한눈에 구분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색상과 디자인을 적용했다.

먼디파마 동남아시아 및 한국지역 총괄 사장인 이종호 대표이사는 “패키지 리뉴얼은 메디폼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재탄생으로, 메디폼을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대웅제약의 ‘이지덤’ 역시 KBS 예능프로그램 ‘수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추사랑 부녀를 모델로 전격 발탁해 추사랑의 얼굴을 제품 패키지에 담은 ‘추사랑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하는 등 제품의 인지도의 높이려 공격적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지덤은 이지덤 플러스, 이지덤 씬, 이지덤 밴드, 이지덤 뷰티, 이지덤 폼의 5개 제품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으며, 업체 측은 “앞으로도 소비자 니즈에 맞는 다양한 기능과 규격의 제품들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 6월 대웅제약은 '시지바이오', '밴시브'와 함께 습윤드레싱 개발을 위한 3자간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하는 등 드레싱 시장을 장악하는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령제약은 제품의 속성과 사용방법을 구체화한 디자인으로 습윤밴드 ‘듀오덤’ 패키지를 리뉴얼해 출시했다. 리뉴얼된 패키지 뒷면에는 제품의 사용 순서 및 방법을 이미지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습윤밴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올바른 방법으로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듀오덤은 국내 제품 중 유일하게 '주름' 형태로 돼있어 무릎, 팔꿈치 등 굴곡부위에도 붙이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종근당은 피부 상처에 쓰는 습윤드레싱제 ‘솔솔플러스’, ‘솔솔플러스 스팟’, ‘솔솔플러스 폼’ 3종을 출시했다. 솔솔플러스 3종은 피부재생을 촉진하는 식물 성분 센텔라아시아티카를 함유해 치료효과를 한층 강화하며 제품 경쟁력을 높였다.

올해 메디폼 판권이 한국먼디파마로 넘어가고 새로운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면서 습윤밴드 시장은 현재 절대적 강자가 없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앞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습윤밴드 시장에서 어떤 업체 제품이 두드러지는 선전을 하며 시장을 장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밴드가 아닌 습윤밴드를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는 소비자가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습윤밴드의 시장규모는 계속 확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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