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천연, 에코 강조하는 브랜드 강세…차별화 전략 관건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자연주의 브랜드가 대세를 이루는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전체 매출액은 16조2873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 중 '자연주의' 화장품 매출이 2조3375억 원으로 전체 화장품 매출의 17.5%를 차지한다. 국산 자연주의 화장품 매출은 2조1331억 원, 수입 화장품 매출이 2044억 원으로 추정된다.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수는 2865개, 자연주의 화장품을 판매하는 업체는 663개로 전체 화장품 제조판매업체의 25.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3년 이후 불어 닥친 '웰빙' 열풍을 시작으로 천연 재료 및 유기농 먹거리를 따지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됨은 물론, 피부에 바르는 것까지 '천연 원료', '한방 원료' 등의 자연주의 화장품이 각광받으며 뷰티계의 대중적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연주의 화장품은 이제 한 순간의 열풍이 아닌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하나의 문화”라며 “앞으로도 자연주의 화장품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더페이스샵, 씨앗 속의 씨앗 피부 속 맑은 씨눈 에센스

이러한 트렌드를 방증하듯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 매출 상위권에는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스킨푸드, 네이처리퍼블릭, 더샘 등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브랜드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로드샵 시장의 개척자로 불리는 미샤와 중저가 색조 화장품의 강자 에뛰드하우스도 업계 상위권을 고수하고 있지만, 자연주의 콘셉트를 추구하는 브랜드와 비교해 실적 면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오랜 기간 더페이스샵과 엎치락뒤치락 1위 탈환전을 벌이던 미샤는 최근 업계 3위 이니스프리에게 까지 밀리는 양상을 보이며, 두 자연주의 브랜드 사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샤를 운영 중인 에이블씨엔씨는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해 상반기에만 대략 60억 원의 손실을 봤다.

결국 에이블씨엔씨는 만성 적자의 돌파구로 ‘자연주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8년 전에 접었던 자사 자연주의 브랜드 '스위스퓨어'를 다시 론칭 한 것이다. 이로써 에이블씨엔씨도 자연주의 열풍에 뒤늦게 동참하게 됐다.

자연주의 브랜드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는 LG생활건강은 올 3분기 기대치를 웃돈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화장품사업의 높은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 1조2304억 원, 영업이익 1502억 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한 것.

LG생활건강은 자연주의 뷰티 브랜드 '라보떼’까지 론칭하며, 더페이스샵 외에도 자연주의 브랜드 라인 강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또 다른 대표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천연 원료의 보고 ‘제주도’와 사랑에 빠졌다. 제주도 화산송이, 제주도 녹차, 제주도 비자나무, 제주도 발효콩 등 제주산 청정 원료를 이용한 제품들을 끊임없이 출시해 소비자들에게 ‘제주스프리’로 불릴 정도.

수퍼 화산송이 모공 마스크, 발효콩 탄력 세럼 등 제주도 원료를 사용한 이니스프리의 제품들은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매출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 이니스프리, 제주 '발효콩 탄력 세럼'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는 올해 2분기 매출 1158억 원, 영업이익 19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대비 각각 38%, 63% 증가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의 또 다른 계열사인 에뛰드하우스가 매출 755억 원을 기록해 업계 3,4위 순위가 뒤바뀐 것도 주목할 점이다.

국내 자연주의 브랜드의 강세 속에 해외 자연주의 브랜드들도 끊임없이 론칭 중이다. 매일 눈만 뜨면 새로운 자연주의 브랜드가 들어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올해만 해도 뉴질랜드 자연주의 브랜드 ‘트릴로지’는 CJ올리브영 매장에 입점하며 첫발을 내딛었고, 이탈리아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 ‘보테가 베르데’는 광고모델로 인기 배우 김우빈을 발탁해 한국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연주의 화장품 '내추라시베리카' 역시 올해 한국에 상륙했다.

한편,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천편일률적 자연주의 표방이 이제는 식상하다”며 염증을 느끼는 반응도 존재한다. '자연' 및 천연', ‘에코’ 등을 강조하는 자연주의 브랜드 포화 속에 각 브랜드만의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각인시킬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