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불황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과자 가격상승, 질소과자 논란 등으로 침체돼 있던 제과업계가 ‘허니버터칩’ 열풍에 힘입어 모처럼 활기를 띄고 있다.

허니버터칩은 실로 오랜만에 대박이 난 ‘히트 과자’라고 할 수 있다.

아직도 마켓 혹은 편의점을 가보면 어릴 때 즐겨 먹었던 제과제품이 인기를 끌며 메인자리에 진열돼 있다. 생각보다 신제품은 많지 않다.

사람들의 입맛이 쉽게 변하지 않는 탓도 있지만, 업계의 제품 개발 노력이 소홀했음을 뜻하는 방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새우깡, 초코파이, 포카칩 등 제과업계의 터줏대감으로 20년 넘게 군림 중인 네임드들을 제치고 식품코너에 혜성처럼 나타난 ‘괴물 신인(?)’의 등판이 더욱 반가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재 허니버터칩은 수급 불균형에 따른 품귀현상에도 불구하고 매출 200억 원을 가뿐히 돌파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동종 제과업체들이 너도 나도 원재료로 ‘꿀’을 접목시킨 감자칩 관련 신제품을 출시해 ‘숟가락을 얹기’를 시도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미투제품’ 출시를 통해 유사상품을 시장에 쏟아낼 태세다.

농심은 기존 자사 감자칩 제품인 '수미칩'에 꿀과 겨자를 더해 달콤하고 알싸한 맛을 낸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를 지난 17일 출시했다. 물론 농심 측은 허니버터칩의 미투제품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수미칩 제품 포장지가 검은 바탕에 초록색,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줬던 것에 반해, 새로 출시한 ‘수미칩 허니머스타드’는 허니버터칩을 연상시키는 샛노란 바탕에 ‘허니’라는 이름까지 붙여 언뜻 허니버터칩으로 오인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제품 홍보도 허니버터칩을 겨냥했다. 한 대형마트 판매대에 ‘알려드립니다. 허니버터칩과 같은 열풍이 예상됩니다. 결품이 예상됩니다. 재고 확보돼 있을 때 많이들 이용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게재해 “농심이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다”며 업계 관계자와 소비자들의 비웃음을 산 것은 유명한 일화다.

최근 쓰레기과자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코스모스제과는 ‘케틀칩-허니앤버터맛’을 출시했다.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전형적인 미투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감자칩 시장의 전체 판을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장점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타사 제품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사제품의 공급이 늘어남으로써 업체 간의 수익성을 약화시켜 시장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미투전략은 모든 업계에 만연해 있지만 식품업계가 유독 심하다는 지적이 누누이 제기돼 왔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웃지 못 할 촌극이 빚어질 정도로 누구하나 이러한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인기제품이 출시되면 자연스럽게 유사제품을 출시하는 식품업계의 전략이 관행처럼 굳어진 탓이다.

자사 히트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따라했다며 팔도의 ‘불낙볶음면’에 대해 소송을 걸었던 삼양식품도 ‘미투’에 대해서 완벽하게 떳떳한 처지는 아니다. 삼양식품의 ‘육개장사발면’은 농심의 ‘육개장사발면’과 이름부터 디자인까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똑같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 이후 롯데제과와 크라운제과가 각각 초코파이를 선보였고, 롯데제과의 ‘자일리톨’ 이후 해태 자일리톨과 오리온 자일리톨이 연달아 시장에 나왔다. 이 밖에 더 나열하지 않아도 같은 이름과 비슷한 디자인의 무수한 미투제품들이는 식품업계에서 공공연히 양산돼 왔다. 그러나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미투제품이 원조제품을 뛰어넘은 사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신선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모두가 똑같이 따라가려는 전략만 피운다면 공들여 제품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리는 기업만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타파할 수 없다.

또한 업계는 신제품 개발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선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만 가는 길은 지루하다. 이제는 “나도 똑같이”가 아닌 “나만 특별히”을 외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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