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포장ㆍ성분ㆍ모델 등 활용한 애칭 더 많이 불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최근 화장품 정식 명칭이 지나치게 길고 어려워 불편하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품명은 당연히 소비자가 기억하기 쉽고, 부르기 편한 이름이 좋다는 상식을 뒤로한 채 유독 화장품업계는 부르기 어려운 제품명이 줄을 잇고 있다.

수원에 사는 직장인 김 모씨(31.여)는 “화장품의 긴 이름을 읽다보면 숨이 찰 정도”라며 “도대체 화장품 이름은 왜 이렇게 긴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간결할수록 오히려 소비자에게 각인되기 쉬운 것 아닌가”라며 의아해 했다. 이어 “점원에게 제품명을 말하다가 백화점 문을 닫을 것 같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대학생 정 모씨(22.여) 역시 요즘 화장품 이름에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안 쓰는 화장품 정리하려고 보니 화장품 이름만 봐서는 어디에 발라야하는지 조차 모르겠더라”며 용도가 불분명한 화장품명이 주는 불편함에 대해 호소했다.

다수의 소비자들은 공통적으로 “화장품 이름이 불필요하게 길고 어렵다”고 토로하며, “업체들이 화장품 이름을 좀 더 직관적이고 간결하게 지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화장품 이름이 얼마나 길고 어렵 길래 이러한 의견들이 나오는 것일까.

▶어렵고 복잡한 화장품 이름…소비자는 어려워

   
▲ 더페이스샵 '아르쌩뜨 에코 테라피 익스트림 모이스처 토닉 위드 에센셜'

에스티로더의 영양크림 ‘리뉴트리브 인텐시브 리프팅 크림 포 쓰로트 앤 데꼴타쥬’의 이름은 외우기는커녕 소리 내 읽기도 힘들만큼 길고 어렵다.

시세이도 ‘화이트 루센트 인텐시브 스팟 타겟팅 세럼 플러스’, 크리니크 ‘이븐 베터 크리니컬 다크 스팟 코렉터’, 입생로랑 ‘루즈 쀠르 꾸뛰르 베르니 아 레브르’ 등도 이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에스티로더 ‘마이크로 에센스 스킨 엑티베이팅 트리트먼트 로션’은 하나의 제품명에 에센스‧스킨‧로션이라는 단어가 혼합 돼 정확한 쓰임을 알기 어려울 정도다.

제품명을 어렵게 짓는 경향은 수입 화장품 업체 뿐 아니라 국내 화장품 업체에서도 나타난다.

더페이스샵의 ‘아르쌩뜨 에코 테라피 익스트림 모이스처 토닉 위드 에센셜’, 네이처리퍼블릭의 ‘슈퍼 아쿠아 맥스 컴비네이션 모이스처 수분크림’, 더샘의 ‘닥터 뷰티 셀 리뉴 스파이럴 세럼 스페셜 세트’ 등 복잡한 이름들이 즐비해 있어 화장품 이름을 외우는 것도 따로 공부를 해야 할 정도다.

▶정식 제품명보다 애칭 더 많이 불리는 기현상

에스티로더의 히트 제품 ‘어드밴스드 나이트 리페어 싱크로나이즈드 리커버리 콤플렉스’와 그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며 출시 된 미샤의 미투제품 ‘타임 레볼루션 나이트 리페어 사이언스 액티베이터 앰플’의 풀네임은 길고 어렵기로 가장 유명한 제품들이다.

두 제품은 각각 화장품 용기의 색상에서 착안한 별명인 ‘갈색병’과 ‘보라색병’으로 통용된다.

   
▲ 에스티로더 '갈색병'(좌), 미샤 '보라색병'(우)

어려운 화장품 이름을 부르는 것을 포기한 소비자들이 제품명 대신 간편한 ‘애칭’을 붙여 사용하기를 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식 제품명보다 애칭으로 더 많이 불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에스티로더의 갈색병 이후 단순하게 제품 외관 혹은 제품 색상을 따서 짓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크리니크의 ‘드라마티컬리 디퍼런트 모이스춰라이징 로션’는 제품 용기의 색상을 따 ‘노란 로션’으로 불리며, 겔랑 메테오 리트 파우더는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탕처럼 생겼다고 해서 일명 '구슬파우더'로 유명하다.

미샤 M 퍼펙트 커버 비비크림은 ‘빨간비비’로 통용되며, 차앤박 프로폴리스 에너지 앰플은 꿀처럼 노란 빛을 띄고 있어 일명 ‘꿀에센스’로 유명세를 떨쳤다.

광고 모델의 이름을 붙여 애칭을 만드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경우다.

더페이스샵의 ‘치아씨드 피지잡는 수분크림’은 자사 광고모델인 아이돌 수지의 이름을 따 ‘수지크림’으로 불려 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후 더페이스샵의 '망고 씨드 뽀얀 윤기 데이트 버터는 ‘수지버터’라는 애칭으로 수지 시리즈를 이어갔다.

이 외에도 고소영 립스틱, 신세경 립스틱, 크리스탈 립스틱, 아이유 크림 등 인기 연예인의 이름을 이용해 지어진 애칭은 그 파급효과도 무척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입소문을 통해 제품의 성능이나 특징을 잘 살려져 지어진 애칭도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은 가격대비 용량이 많아 ‘짐승젤’로 불리며, 이니스프리 ‘노세범 파우더 팩트’는 피지흡수 기능이 강력해 ‘기름종이 파우더’라는 별명이 붙었다.

▶화장품이름, 왜 이렇게 어렵고 복잡할까

과거에 스킨과 로션, 크림 등 몇 종류 되지 않던 화장품 개수가 현재는 기초제품부터 스킨, 로션, 크림, 에센스, 앰플, 세럼 등으로 다양해져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아짐에 따라 화장품 이름도 진화를 거듭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이 국내에 진출해 외래어 제품명이 늘어나고 국내 업체들도 덩달아 외래어로 제품을 짓는 경향이 높아지게 된 측면도 있다.

여기에 미백ㆍ보습 등 제품의 효능이나 형태를 표현하는 수식어를 넣고, 최고ㆍ완벽ㆍ고급 등 미사여구를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이름이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워낙 많은 업체의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돼 이름이 겹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며 “화장품 이름에 넣는 표현의 한계가 있어 여러 단어를 조합하다보니 길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복잡한 제품명을 대신 할 친근한 애칭이 생기면 오히려 홍보효과가 무척 크다”며 “때문에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화장품의 애칭을 만들거나 혹은 소비자들에게 애칭 짓기 이벤트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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