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재판 결과…소비자 반응도 제각각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경쟁사 인기제품을 모방해 기존 제품 인기에 편승하는 ‘미투(me too) 전략’이 식품업계 전반에 만연해 있다.

미투(me too)는 해석하면 '나도. 똑같이'라는 뜻으로 경쟁사 인기상품 및 서비스를 참고해 유사한 상품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것을 미투전략이라고 한다

업계에 따르면 수많은 미투제품들이 시장에 범람해 있어 소비자들을 혼동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너무 똑같아…소비자 혼동 야기

지난 5월 삼양은 팔도에 소송을 걸었다. 자사 제품인 불닭볶음면과 비슷하게 만들어진 불낙볶음면을 출시한 것이 그 이유다.

삼양 불닭볶음면과 팔도 불낙볶음면이 제품명 뿐 아니라 상품 포장까지 비슷하다는 의견은 이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 마트에 나란히 진열된 '불닭볶음면'과 '불낙볶음면'

인터넷 SNS에 글을 올린 한 소비자는 “불닭볶음면인 줄 알고 사왔는데 불낙볶음면이더라. 완벽하게 낚였다”며 “다른 미투제품의 경우엔 그래도 포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는데 두 제품은 너무 비슷해서 나란히 놓고 봐도 언뜻 구분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반면 또 다른 소비자는 “불닭볶음면을 사러갔다가 없어서 불낙볶음면을 사게 됐다”며 “대체상품이 생기니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이번 사례의 판결은 후발업체인 팔도의 승으로 결론 났다. 재판부는 삼양식품이 팔도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11월 30일 밝혔다.

불닭볶음면과 불낙볶음면 포장이 일부 유사한 점은 있지만 자세히 살펴봤을 때 두 제품 사이에 서로 다른 형태상 특징이 존재하는 만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삼양식품은 포장지 그림이 프라이팬이고 팔도 측 제품은 일반그릇이라는 점 등 용기의 차이점이 있다”며 "전체적으로 볼 때 서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불닭볶음면은 좌우 하단에 고추 모양 국그릇이 있는 반면 불낙볶음면은 좌측 상단에 고추를 쥔 낙지 모양이 있는 것도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서 삼양 측은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불낙볶음면을 자사 제품인 불닭볶음면으로 오인해 구매 했다는 불만이 자주 제기 돼 소송을 진행하게 된 것인데 유사하긴 하지만 동일하지는 않다는 재판부의 판결이 나오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향후 법적으로 어떤 절차를 진행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삼양과 팔도의 ‘볶음면’ 전쟁 외에도 식품업계에서는 한 때 ‘벌꿀 아이스크림’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소프트리가 벌집을 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해 큰 인기를 끌자 밀크카우가 올 2월부터 유사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가 됐다.

   
▲ 소프트리의 벌꿀 아이스크림과 밀크카우의 벌꿀 아이스크림

소프트리는 밀크카우 측에 부정경쟁행위를 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한 판결이 지난달 27일 발표됐다.

재판부는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아이스크림 상품형태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고 보여지는 것이 상당하다”며 “컵의 로고가 다르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제품와 디자인에 차별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원조 업체인 소프트리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재판부는 밀크카우가 벌집을 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현재 매장에서 사용하는 간판ㆍ메뉴판ㆍ젖소 모양 로고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아울러 가맹점 계약 체결과 매장 내 투명한 진열장에 벌집을 진열해놓는 것도 금지했다.

이 밖에도 농심 큰사발 튀김우동, 오뚜기 튀김우동, 삼양 유부우동이 소비자들도 헷갈릴 만큼 비슷한 디자인으로 꼽히며,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히트하자 타사에서 비타700, 비타1000, 비타1050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 코리안 디저트 카페 설빙의 눈꽃빙수가 인기를 끌자 다양한 업체들에서 비슷한 빙수를 판매하는 등 식품업계 미투전략은 비일비재한 일이 돼버렸다.

▶미투 제품을 막아라…업계 노력

상황이 이렇다보니 경쟁사의 미투제품을 막기 위한 업계의 노력도 치열하다.

롯데칠성음료는 ‘2% 부족할 때’의 미투제품으로 인한 피해 없이 광고 효과를 얻기 위해 ‘2% 부족할 때’, ‘2% 남을 때’, ‘2% 채워줄 때’ 등 미투제품으로 나올만한 네이밍도 함께 출원했다.

빙그레 또한 '요맘때'를 출시하면서 '그맘때', '이맘때'를 함께 상표 등록해 미투제품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모색하기 위해 노력했다.

남양유업의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는 1차' 부터 '99차'까지 모든 네이밍을 상표 출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상표 출원 비용을 생각하면 예방차원으로는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제품 개발비와 홍보비를 생각하면 미투제품을 막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비용이 오히려 더 클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미투제품은 시장에서 1위 브랜드의 독점 형성을 막을 뿐 아니라 업체 간의 경쟁을 통해 시장 규모를 확대시켜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점에서 정당한 영업 전략으로 인정받는 측면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신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손쉽게 수익을 도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우후죽순 미투제품을 내놓는 경향이 크다”며 “이러한 관행이 계속되면 유사제품의 공급이 늘어남으로써 업체 간의 수익성을 약화시켜 시장이 붕괴되는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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