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LS네트웍스 분식회계 혐의로 증선위 6억원 과징금…"자숙할 때"

   
 

[컨슈머치 = 임경오 기자]피테르 브뤼헐(Pieter Brueghel 1525~1569년 : 브뢰헬 또는 브뤼겔이라고도 불린다)은 네덜란드의 소묘가이자 동판 밑그림화가였다.

서민들의 모습을 많이 그린 풍속화가로서도 명성을 날린 그가 말년에 그린 '농가의 결혼식'은 당시 결혼 모습을 사진처럼 세세하게 묘사해 유명하다.

이 그림에는 결혼 음식도 나오는데 개인 최대 경사인 결혼식에 나온 음식이 밋밋하다 못해 속된 말로 현재의 '개밥' 수준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문짝에 실어 나르는 한 남자의 모자엔 숟가락이 꽂혀있다. 당시에는 먹을 기회가 있으면 필사적으로 먹어야 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숟가락을 갖고 다녀야하는 슬픈 현실이 잘 드러나있다.

결혼식이 치러지는 헛간 입구에는 몇조각의 빵과 수프라도 먹겠다고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브뤼헐의 또다른 그림인 '눈 속의 사냥꾼'은 한겨울 가족에게 줄 식량을 얻기 위해 농부가 사냥에 나서야만 했던 현실을 실감나게 그렸다. 그림속의 남자들은 별 수확이 없었던지 어깨가 처진 모습이었다. 

이 들 그림에서 보듯 중세 이후 유럽 각국의 농민들은 17세기까지는 대체적으로 곤궁한 삶을 영위해야 했다.

수확철에는 잘 먹었지만 수확철이 어느정도 지나면 사냥에 나서거나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당시엔 음식의 저장기술이 부족해 시간이 흐를수록 바닥이 나고 음식이 많이 남아있다 하더라도 약탈당하기 일쑤여서 빨리 먹어버리는게 상책이었기 때문이다. 수확철이 어느 정도 지나면 궁핍해질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무역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서민들의 삶은 팍팍할수 밖에 없었다. 북반구가 겨울일때 여름인 남반구 지역에서 식량을 가져오고 자신의 특산물을 팔면 얼마든지 윈윈이 됐지만 이같은 무역은 17세기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활성화됐다.

15~16세기만 해도 무역으로 인한 식량 조달은 일반 서민에겐 꿈같은 일이었다. 17세기 들어 무역업이 커지면서 유럽 각국이 급성장하게 된 것도 우연이 아니다.

21세기 들어서 글로벌 무역규모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작금의 무역은 생존의 필수요소요 번영의 충분 요소이다.

한국경제 역시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무역은 국민과 국가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수단이요 경제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이같은 무역을 지원하고 업계를 대표에 정부에 건의하는 등 무역업체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무역협회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하겠다.

사실 이달 회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중앙회 등 소위 경제 5단체의 후임 인선 절차가 한창이다.

각 단체별로 후임 회장 선출에 대한 열기는 제각각이지만 필자는 무협 회장직에 출마의사를 밝힌 일부 경제인에 주목하고자 한다.

연임 제한이 없는 무협 회장직에는 현 한덕수 회장의 연임이 점쳐지고 있지만 후임으로 거론되는 기업인들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12년 3월부터 무협을 이끌어온 한 회장의 경우 관료 출신답게 무리하지 않고 무난하게 조직을 이끌어 왔다는게 세간의 평이다. 무협 회장은 연임 제한이 없는 만큼 재계에선 한 회장이 한 차례 더 임기를 수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회장직에 관심을 보여왔던 회장단 인사들 가운데 일부가 차기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과 구자용 E1 회장 등이 무협 회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1 구평회 전 명예회장의 아들이요 LS그룹 구자열 회장의 동생이며 현 E1 대표이사 회장겸 E1 자회사인 LS네트웍스의 회장인 구자용 회장은 현시점에서 대한무역협회에 관심을 가질만한가.

지난 12월 초 대한전선과 함께 LS 네트웍스는 재무제표에 옵션계약과 관련한 투자 주식을 실제보다 적게 잡았다가 덜미를 잡혔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2010년 연결기준으로 LS네트웍스는 순이익이 194억 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42억 원이었다. 증선위는 LS 네트웍스에 6억 원, 대표이사에 1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이 5억 원이 넘는 바람에 관련 법에 따라 LS네트웍스와 대표이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조치는 오는 10일 열리는 제22차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분식회계는 주주를 속이고 과세당국을 속이고 국민을 속이는 범죄행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무협은 어떤 곳인가.

무협은 무역 업체들을 회원으로 하는 민간 경제단체로 업계의 의견을 수렴, 정부에 건의하는 등 무역 업계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주로 한다.

무협의 구체적인 주요 기능은 △정보 제공 및 자료 간행 △해외 시장 개척 및 관련 전시 △무역 업체의 권익 옹호 △정부로부터 위탁 받은 업무 수행 △무역 관련 상담과 거래 알선 및 거래 대행 △통상 협력 및 홍보 △교육 훈련 및 연구 △대정부 건의 △무역센터 운영 등 총 8가지에 이를 정도로 중차대한 조직이다.

지난 1946년 창립 이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무역 환경 속에서 국내 무역업의 진흥과 무역업계의 발전을 위해 여러 노력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무협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함께 경제 4단체 중 하나이며 중소기업중앙회를 합쳐서 경제5단체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무역이 활성화돼 외화를 벌어들이면 그만큼 국민과 국가는 윤택해지고 무역이 시들면 경제 후퇴를 넘어서생존 문제에 부닥치게 된다.

이같은 무협 수장에 불과 두달 전 분식회계문제로 시끄러웠던 LS네트웍스의 구자용 회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못하다.

최소한 지금은 자숙하는 모습이라도 보여할 시기가 아닌가.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의 회장이 아직 한 나라의 무역업무를 좌지우지하는 수장에 오르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말 아니다.

구회장 본인은 관심이 없는데 주위에서 거론하고 하마평에 올리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고사해야 할 일이다.

임경오 컨슈머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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