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의 상속 재산을 놓고 다투는 삼성가(家) 형제들의 두 번째 공판이 27일 열띤 논쟁 속에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이날 오후 4시 이맹희(81·이재현 CJ회장 부친·사진 왼쪽)씨와 차녀 이숙희(77·구자학 아워홈 회장 부인)씨,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사장의 부인 최모씨가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소송에 대한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첫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이씨 측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9명과 이 회장 측 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원 변호사 6명이 대거 출석한 가운데 양측은 상속재산 침해에 대한 제척기간 경과 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이씨 측은 "이 회장은 선대회장으로부터 받은 차명주식을 은닉, 관리했을 뿐 '참칭상속인(다른 상속인의 재산 상속권을 침해한 자)'으로 볼 수 없다"며 "주권을 점유했다고 해서 실체적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회장 측은 "선대회장의 유지에 따라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차명주식을 단독으로 상속한 것으로 이미 선대회장이 타계한지 25년이 지났기 때문에 제척기간도 지났다"며 "공동 상속인들에게 차명주식 존재를 숨긴 적이 없었고, 상속인들도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설전이 오가는 도중 양측간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씨 측은 이 회장의 차명주식 존재를 몰랐던 점을 강조, "숨길수록 자신의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회장 측은 "경영방식을 비하하는 것은 (소송의)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공판에서 이씨 측은 차명주식의 대상을 확정하기 위해 검찰의 '삼성 특검'에 대한 사건 기록과 차명주식 거래 및 이익배당금 관련 세금 신고 내역, 이 회장이 취득·처분한 삼성전자 주식 거래내역 등에 대한 증거조사를 요청했다. 
 
우선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이 회장 측의 변론을 들은 뒤 삼성 특검 수사기록 검토 여부와 범위를 확정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삼성전자에 대한 차명주식 보유현황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특검 정도의 계좌추적이 없으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특검 기록 중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을 볼 필요가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이 회장 측에 상속재산 및 협의분할에 대한 사실관계와 주권 점유에 대한 법리적 주장을 명확히 해 줄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달 25일 오후 4시에 진행되는 3차 공판부터는 양측의 동의를 얻어 대법정에서 진행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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