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C대학교 겸임 교수 겸 도예가 이미나씨 인터뷰

▲ 최근 SNS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진. 길고양이들이 간식을 먹기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다.

[컨슈머치 = 박지현 기자] 최근 한 SNS에 흥미로운 사진이 게시돼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 사진은 다름아닌 길고양이들이 간식을 먹기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이었다.

▲ 시간을 달리해서 찍은 사진으로 여전히 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우연히 줄선게 아니란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생존본능이 강한 동물들은 본성상 먹을 것을 앞에두고 줄을 선다는 것은 거의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다. 그것도 훈련받지 않은, 야생상태의 동물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사실 인간조차 줄을 서야할 상황에서 줄을 서지않는게 다반사인 현실이다.

그러나 사진 속 길고양이들은 분명히 간식을 먹기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우연히 그리된게 아닐까 하는 심정에서 두장의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길고양이들은 간식을 먹기위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그 자체였다.

컨슈머치는 이게 어떻게 가능한일인지 SNS 사진 게시자를 만나봤다.

사진 게시자는 대구 C대학교에서 겸임교수로 일하고 있는 도예가 이미나 씨(42)였다.

▲ 겸임교수이자 도예가 이미나씨. 5년동안 길고양이들을 사랑과 헌신으로 돌봐오고 있다.

이 교수가 길고양이를 거두고 있는 장소는 작업실 한켠에 있는 지붕으로 창문을 열면 길고양이를 위한 사료와 물이 여러개 있었다.

5년전부터 길고양이들에게 사료와 간식, 물을 주고 있는 이 교수에게 줄을 서고 있는 길고양이들에 대해 물었다.

사실 이 교수는 매일 아침 9시에 도예 작업실로 출근하면 사료와는 별도로 참치 닭가슴살등 간식을 주고 있었다.

이 교수는 어느날 아침에도 출근직후 간식을 주기위해 창문을 열었더니 비가 오고 있어 아이들이 좁은 처마밑에서 한줄로 서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줄로 서게된 동기는 비를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중요한 것은 간식을 주더라도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고 한 마리씩 먹은 후 그 한 마리가 다 먹으면 다음 고양이가 먹는 행동을 반복했다.

이 역시 보기 드문 풍경이 확실했다. 먹을 것 앞에서 우루루 몰려들지않고 참을성 있게 차례를 기다리는 것도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사실 이날 뿐만 아니라 다른 날 찍은 사진을 보면 역시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아래사진 참조).

▲ 다른 날 찍은 사진으로 간식을 먹기위해 길고양이들이 역시나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아마도 이는 오랫동안 자신과 함께 공동생활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서열이 생겼기 때문”이라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서열을 감안하더라도 대개의 경우에는 사방에 흩어져서 대기하다가 자신의 차례가 오면 간식을 먹는게 자연의 이치인데 이 아이들은 어찌된 일인지 줄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분석은 아마도 5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져온 똑같은 패턴의 배식이 길고양이들로 하여금 신뢰를 줬기 때문이라는 것.

다시 말해 차례를 기다리면 100% 먹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급할 것이 없고 굳이 서로 동료애로 뭉쳐져있어 구석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는 뜻이다.

결국 이 교수의 오랜 헌신과 사랑이 보기 힘든 결실을 맺게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이 교수는 덧붙여 “시계도 없는 아이들이 어떻게 그시간에 다들 맞춰오는지 지금도 신기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이들을 챙기는게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실 아이들이 너무 좋다”고 서두를 꺼낸 이 교수는 또 다른 이유로 “이미 자신이 거두어 들여 그 삶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자신이 그만두면 아이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예전에는 유럽 등 해외여행을 자주 다녔지만 아이들을 거둔 뒤로부터는 긴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부득불 일본 등 가까운곳에서 세미나등이 열리면 친구나 어머니에게 대신 챙겨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짧은 일정을 다녀온다.

▲주식인 사료를 먹을때도 차분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 교수는 길고양이들을 거두면서 정작 힘든 것은 사람들의 길고양이 학대를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언젠가 할머니 한분이 길고양이 새끼 9마리를 생매장해서 몰살시키고 또 한 사람은 고양이 사료에 약을 섞어 그 사료를 먹은 고양이들을 모두 죽게 하기도 한 사실을 알았을 때 매우 충격 받았다고 했다.

이 교수의 작업실이 있는 대구 중심가의 경우 흙이 별로 없고 시멘트 바닥이 대부분이어서 길고양이들이 용변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게 현실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함께 사는 사회에서 사람이 무슨 권리로 소중한 생명을 박탈하느냐고 이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이 교수는 길고양이 집단 몰살을 잇따라 목격한뒤로 이젠 길고양이들의 배설물을 보는대로 치우고 있으며 나아가 틈나는대로 중성화수술을 해줌으로써 민원 발생의 여지를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주변 사람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꾸준히 알려줌으로써 최근에는 주위의 시선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고 이 교수는 안도했다.

이 교수는 ‘참고양이 모임’에도 자주 나가 회원들과 정보를 교환함과 동시에 회원들이 고양이 용품들을 직접 만들어 판 수익금을 길고양이들을 위해 전액 사용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길고양이들을 자꾸 거두다보니 현재 작업실에서 6마리를 키우고 있으며 창문너머로 밥과 간식을 주면서 거두고 있는 길고양이는 모두 5마리다.

▲ 이 교수가 길에서 거둬들인 고양이들로 작업실에서 키우고 있다.

모두 11마리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는데다 중성화 수술비용까지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지만 이 교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너무 행복해 전혀 아깝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교수의 헌신적인 삶을 잘알고 있는 많은 제자들이 이 교수 작업실에 와서 작업실 인테리어, 청소, 아이들 밥주기 등 무료 봉사를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건물주 조차 이 교수의 헌신에 감동받아 작업실 하나를 추가로 무료 임대함과 동시에 고장이 난 작업실 창문 섀시를 자발적으로 새로 고쳐서 이 교수가 아이들에게 밥을 편히줄 수 있도록 했다.

이 교수는 자신은 별로 한게 없는데도 일하고 있는 구체적인 학교 이름과 정면 얼굴 사진을 내보내는 것은 좀 그렇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가질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이 지구는 사람의 것이 아닌, 모든 생물들의 것이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할 공간이란 것을 이 교수는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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