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견서 있으면 탑승 가능하다고 했었는데 현장서 탑승 거부" 소비자 주장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필리핀으로 태교여행을 준비 중인 소비자라면 출국 시 임산부에게 필요한 서류를 꼼꼼히 확인해야겠다.

▶필요서류 안내 못 받아 태교여행 물거품

지난달 제보자 A 씨는 임신 26주차인 아내와 태교여행을 계획하고 필리핀항공에서 항공권을 예약했다.

A 씨는 콜센터를 통해 임산부 탑승 시 필요서류를 문의했고 상담원은 의사소견서만 있으면 탑승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소견서를 준비한 A 씨 내외는 지난달 22일 출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팅까지 마치고 예약된 좌석에 앉아있던 A 씨는 승무원으로부터 서류에 오류가 있어 탑승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EMIS(Expectant Mother's Information Sheet)라는 임산부를 위한 서류였는데 그 중 의사가 직접 작성해야 하는 Part2 부분의 소견란이 비어 있던 것이다.

전화상담을 통해 직접 확인까지 했던 A 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요건에 충족되지 못해 결국 비행기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

▶상담내용 소비자가 증명해야 되나?…관련 기준없어 권고 어려워

항공기에서 하차한 A 씨는 곧바로 필리핀항공 측에 항공권 100% 환불과 여행경비(호텔비) 일부를 보상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필리핀항공은 환불과 보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얼마 뒤 필리핀항공은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상담원이 ‘임산부 소견서만 필요하다’는 내용의 통화기록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콜센터를 운영하면서 상담내용을 녹취하지 않는다는 필리핀항공의 주장에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보다 큰 문제는 상담내용을 증명할 길이 없었다.

결국 필리핀항공은 다른 경비에 대한 보상은 불가하고, 항공권의 경우 수수료없이 100% 환불, 그리고 이와 함께 필리핀항공 재이용 시 좌석 업그레이드를 약속했다.

이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아 온 A 씨는 직접 증명할 길도 막막한 상황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필리핀항공 측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물론 항공법에도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아 어떤 기준에 따른 권고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법을 통한 해결을 제안하면서 “특별한 손해를 추정할 수 없다면 그 손해를 보상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 사례의 경우 항공권뿐 아니라 숙박시설을 예약했다는 점도 분명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숙박료를 배상하는 것이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항공 임산부 탑승 관련 자세한 안내 필요

   
▲ 필리핀항공 홈페이지 내에서 제공하는 EMIS 정보.

필리핀항공은 8개월 미만의 임산부만 탑승이 가능하다. 6개월 미만의 임산부는 EMIS Part1(임산부 직접 작성)이 필요하며, 6~8개월 임산부는 Part 1과 함께 Part 2(담당의사 작성, 영문진단서)까지 필요하다.

또한 21세 이하 임산부의 경우에는 보호자 동의서도 필요하며, 출산 후 15일 이내에도 탑승이 불가하다.

이같은 필리핀항공의 임산부 탑승에 관한 내용은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페이지에서는 EMIS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양식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도 빈약해 임산부 탑승에 대한 안내가 더 자세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A 씨는 “애초 임산부 탑승객에 대한 직원 교육이 원활히 이뤄졌으면 해결될 문제였다”면서 “타 항공사에 비해 임산부 출·입국이 까다롭다면 고객에게 자세히 안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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