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에 펀드가입 권유 메일 보내…KEB하나 "독려였을 뿐 현재는 아냐"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청년희망펀드가 강제가입, 실적압박 등 구설수에 올랐지만 정작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자발적인 참여일 뿐이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난달 15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청년일자리펀드 조성 방안 마련을 지시한 후 일시금 2000만 원을 청년희망펀드에 기부하고 매월 연봉 20%를 납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시작된 '청년희망펀드'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공익신탁 방식으로 추진된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영업점이나 출장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기부할 수 있도록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가입 서비스도 활성화했다.

이렇게 모여진 기부금은 '청년희망재단(가칭)'의 청년 일자리 사업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며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실질적으로 청년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발굴, 지원하게 된다.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5일부터는 IBK기업은행, 수협은행, 경남은행 등 13개 은행으로 확대, 기부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시작된 기부행렬

박근혜 대통령을 시작으로 정계인사 및 유명인사, 금융권 수장들이 연이어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하면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하나·신한·KB 등 3대 금융지주사 전 경영진이 청년희망펀드에 가입했으며 우리은행도 계열사 사장 및 부행장급까지 기부 의사를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가수 주현미, 골프선수 박인비, 유정복 인천광역시장, 야구선수 류현진, 김종덕 문화체육부장관 등 유명인사와 함께 신한은행에서 30년간 구두를 닦아온 최창수 씨와 가든파이브 상인 2,000여 명도 기부에 동참했다.

지난달 연봉 반납을 결정하면서 논란을 빚은 특수은행들의 참여도 돋보였다.

홍기택 KDB산업은행장은 연봉의 10%를,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월급여의 지속 납부를, NH농협은행은 이사회 전원이 가입키로 결정했다.

▶강제가입·실적압박 비판 목소리

각계각층 인사들이 활발히 펀드에 참여하고 있는 한편 청년희망펀드가 강제가입, 실적압박 등을 야기한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최근 KEB하나은행은 청년희망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단체 이메일을 돌린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더욱이 펀드를 판매하는 5개 은행들은 앞다퉈 유명인들의 상품 가입을 홍보하고 있어 펀드판매 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다시 한번 불을 지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자발적 의사와 순수한 기부로 추진돼야 할 청년펀드가 강제 할당으로 인해 본 취지를 잃어버리면 안된며 실적 압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수탁은행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의원은 “청년희망펀드가 취업난의 책임을 국민에게 짐 지우는 기부 동원 이벤트”라고 비난하며 "정부는 취업난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고 제대로 된 청년실업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중은행 “좋은 취지의 홍보일 뿐 압박 없다”

논란때문인지 첫날부터 가입 규모를 공개하며 판매 성과를 홍보하던 은행들은 공개를 중단하고 은행권 전체 실적만 통합 공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직원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는 했으나 현재는 말그대로 자발적 참여만 하고 있다"며 "실적 집계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 실적 압박이나 실적경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5개 은행이 공인들의 펀드 가입을 내세워 홍보하는 데는 아무래도 청년희망펀드가 이슈고 해당은행 홍보효과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며 실적경쟁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였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내부적으로 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경우는 없다"며 "다만 청년들을 지원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은행들이 홍보에 적극 동참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청년 일자리가 창출되면 경제도 좋아지고 은행도 성장하는 윈-윈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응원차 홍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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