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압수수색 등 검찰수사 진행 중…백 사장 "투명·윤리경영 펼치겠다" 선언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KT&G 신임 사장 자리에 백복인 부사장이 선출되면서 민영진 전 사장 퇴진 후 3개월간 공석이던 사장직이 채워졌다.

금번 KT&G 신임 사장 인선은 낙하산 인사 가능성, 정·관계 외압 의혹 등 끊임없는 논란 속에 3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이러한 가운데 사장 후보로 지목된 백 사장은 최근 KT&G 비리 관련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르는 등 낙마 위기를 겪었으나 어렵사리 사장 자리에 올랐다.

신임 사장 취임이 결정되면서 잡음은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검찰 수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어 여전히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검찰, KT&G 본사 압수수색…민영진 前 사장 겨냥

지난 2일 검찰은 서울 강남 KT&G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KT&G는 협력업체를 이용해 1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협력업체를 위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왔던 검찰은 수사 시작 3개월 만에 처음으로 KT&G 본사를 압수수색하며 민영진 전 사장 쪽으로 수사망을 정조준 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 수사관 10여명은 민 전 사장 집무실과 비서실, 전략기획실 등을 조사했으며 회계 관련 서류와 협력 업체 거래 내역 등을 확보했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민 전 사장이 회사 공금을 빼돌린 단서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사장은 2011년 소망화장품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으며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지난 7월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KT&G 간부, 3년간 협력업체 돈으로 술 마셨다 ‘덜미’

검찰은 우선 수사과정에서 납품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주고받은 혐의로 KT&G 간부 구 모(46)씨와 협력업체 S사 대표 한 모(60)씨가 지난 6일 구속기소했다.

구 씨는 2007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한 씨가 대표로 있는 담뱃갑 제조업체 S사가 협력업체로 지정되도록 도와주고 이후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7억6,000여만 원 상당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구 씨는 협력업체로부터 3년간 1억 원에 가까운 공짜 술을 마신 정황도 드러났다. 구 씨가 대전의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면 S사 측에서 나중에 계산하는 방식이었다.

이 외에도 구 씨는 S사 법인카드로 2,200여만 원을 사용한 것은 물론, 300만 원 가량의 백화점 상품권과 고가의 명품 지갑도 챙겨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S사 대표 한 씨는 이 같은 뒷돈 마련을 위해 회사 자금 12억500만 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도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한 씨가 횡령한 회삿돈을 전부 KT&G 측에 청탁 대가로 사용했다고 주장함에 따라 금품수수 연루자가 더 있는지 추가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복인號 출범 KT&G, 신뢰회복 어떻게?

각종 비리 의혹으로 회사가 어수선한 가운데 KT&G는 새 지휘자로 공채출신 첫 CEO 백복인 사장을 확정했다.

지난 7일 KT&G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백복인號’ 출범을 공식 선포했으며, 이날 취임식에서 백복인 사장은 대내외 신뢰를 회복하고 흔들림 없는 ‘바른 기업’의 위상을 확립하는 ‘투명·윤리 경영’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를 통해 차기 사장후보로 확정됐던 백 사장은 KT&G의 비리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 알려지며 한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예정대로 사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백 사장은 “지금 회사는 역사상 가장 큰 변화와 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KT&G로 거듭나야 하는 중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과거를 냉철히 반성해 잔존 부조리와 적폐 근절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IMF 이후 민영화되면서 각종 비리 사건으로 얼룩져 ‘비리종합선물세트’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쓴 KT&G를 짊어지게 된 백 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회사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시키기 위해 향후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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