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내 같은 고장 네번나야 교환 환불…개정법안 국회서 또 표류중

[컨슈머치= 김수아 기자] 자동차 천국인 미국에는 '레몬법'이란게 있다.

레몬법이란 자동차나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을 불량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리콜 법안으로 1975년 처음으로 미연방 차원에서 제정된 이후 각 주에서 앞다퉈 도입된 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예컨대 새로 산 차에 수리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조사는 이를 30일 이내에 해결해야 하며 구입 1개월 후에 가시적인 결함이 있는 경우 레몬카로 분류돼 보호를 받는다.

통상 2년인 보증기간내에 안전과 연관된 동일 하자로 두번 이상 수리한 경우 또는 일반 고장으로 4회 이상 수리한 경우 레몬법 적용을 받아 새차로 교환하거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주마다 법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위스콘신주의 경우 이 법이 적용되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구입가의 2배를 배상해야 한다.

레몬법이라고 이름지어진 이유는 레몬이 특성과 관련이 있는데 레몬은 겉과 속이 다른데다 냄새는 좋지만 막상 먹어보면 신맛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새 차를 샀는데 겉은 화려하지만 문제가 생겨서 정비공장에 자주 다닐 경우 이는 겉만 번지르르한 레몬같은 차에 관한 법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유럽연합과 뉴질랜드, 캐나다는 물론 싱가포르 등도 레몬법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국내 현실은 어떤가.

▲ 올해 3월 벤츠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가 시동꺼짐 증상으로 인해 수차례 수리를 받았으나 증상이 계속됐고, 업체와 소비자가 교환/환불을 놓고 대립한 일이 논란이 됐었다(출처=인터넷커뮤니티)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일단 고장 횟수요건에서 미국 레몬법에 비해 크게 불리하며 결정적인 것은 죽을 고비(?)를 여러차례 넘기며 횟수요건을 채웠다 하더라도 차령 12개월 이상이면 교환·환불이 아니라 수리가 원칙이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자동차 항목에는 품질보증기간 이내(통상 2년 또는 4만km)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발생하여 동일하자에 대해 3회까지 수리하였으나 하자가 재발(4회째)하거나 중대한 결함과 관련된 수리기간이 누계 30일(작업일수기준)을 초과할 경우, 처리방법이 두가지로 나뉜다.

차령 12개월 이내일 때는 제품교환 또는 필수 제비용을 포함한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차령 12개월 초과시에는 설사 품질보증기간이라 할지라도 교환이나 환급이 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부품 교환을 원칙으로 하되 결함 잔존 시 관련 기능장치 교환(예컨대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등)만이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기준이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즉 업체 측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면서 교환 환불을 거부하면 소비자로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 외엔 현실적으로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18개월 또는 1만8,000마일이 되기전 주행및 안전에 관한 고장이 두번만 나면 교환 환불은 물론 최대 차값의 두배까지 물어준다. 한국의 경우 1년내 주행및 안전에 관한 고장이 4번 발생해야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하겠다.

또한 일반고장의 경우 미국은 2년내 4회 발생하면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한데 국내는 아무리 많이 고장이 나도 교환이나 환불 대상이 되지 않는다.

현실이 이러니 사실상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의거, 교환 및 환불하기란 쉽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자동차 사업자 입장에서 교환 환불이 되면 다른 제품과 달리 수천만 원 혹은 수억 원의 손실이 생기니 최대한 교환 환불요건을 엄격하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동차는 다른 제품과 달리 소비자들의 신체상 안전과 생명을 직접적으로 담보로 하기에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야 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2년 7월 미국의 레몬법과 비슷한 제도를 도입, 2016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본지기자가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는지 국토교통부에 질의한 결과 아직은 불투명한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과 김인규 사무관은 “제1차 자동차정책기본계획에 포함된 교환·환불 관련 내용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세차례 법안 발의가 있었다”면서 “현재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은 상태여서 교환·환불 관련 세부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8월 발의한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2012년 10월 조원진 의원 발의안, 2013년 4월 정우택 의원 발의안에 이어 3회째 낮잠만 자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연내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으로 국내 자동차 소비자들이 강화된 교환·환불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은 조금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다른 품목은 1년내 같은 고장이 두번만 나면 교환 환불이 가능한데 유독 자동차에만 4회 동일 고장이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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