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검은사제들 포스터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11년 전 ‘교복’을 입고 등장해 여심을 흔들었던 강동원이 이번엔 ‘사제복’을 입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개봉 전부터 강동원과 사제복의 조합만으로도 폭발적인 관심과 화제를 모았던 영화 <검은사제들>들이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 비수기 극장가에서 흥행몰이를 제대로 일으키고 있다.

‘비주류’도 ‘주류’로 만드는 강동원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특히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너무도 낯선 시도인 ‘오컬트’ 장르의 영화임에도 농담 반 진담 반 ‘강동원에게 사제복을 입힌 것만으로도 상업영화로서의 최대치의 본분을 다했다’고 평가 받고 있을 만큼 ‘강동원+사제복’의 파급력이 실로 대단하다.

대놓고 강동원 외모 몰아주기를 선보인 <군도>는 오히려 기대 이하, <검은사제들>이 훨씬 더 강동원의 매력을 은근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잘 살렸다.

“뭐가 그렇게 겁나는지 모르겠지만 한 아이가 고통 받고 있습니다.
그냥 모른 척 하실 겁니까?”

▲ 검은사제들 김 신부(김윤석 분)

영화는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여고생 영신’(박소담’ 분)과 그녀를 돕기 위해 주변의 반대에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꺾지 않고 계획을 실행하는 김신부(‘김윤석’ 분), 잦은 돌출 행동으로 교단의 눈 밖에 난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신학도 최부제(‘강동원’ 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난해하고 생소한 천주교의 ‘구마 예식(악령 들림에 사로잡힌 부마자(付魔者)에게서 악마를 내쫓는 의식)’이 주 소재다. 자칫 사소하게나마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간 영화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우스워질 수 있는 위험도가 높은 실험적 장르인데 다행히 연출, 연기, 영상, 음악 모두 제 몫을 톡톡히 해내며 나름 성공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광고가 끝나고 오프닝 시퀀스가 뜨는 순간부터 모두 날아간다. 부마자, 12형상 등 낯선 용어들을 설명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동시에 명동 골목에 선 최부제 역의 강동원이 사제복의 로만 칼라로 이어지는 화면은 단숨에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강동원의 한국어와 라틴어 기도문은 목소리와 화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시작부터 관객들을 압도한다.

영화 <검은사제들>은 그 동안 우리가 익히 봐왔던 서양의 엑소시즘 소재는 그대로 살리는 동시에 그 배경은 인파로 가득한 명동 한복판, 그 곳에서도 가장 어둡고 좁은 골목길로 고스란히 옮겨 동양적인 색채를 덧입혔다. 덕분에 소재와 배경이 주는 괴리와 이질감이 생소하면서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낸다. 검은사제들 속 ‘서울’은 친숙하면서도 낯설고, 매력적인 동시에 신비롭다.

▲ 김신부 역을 맡은 김윤석(왼쪽 위), 신학도 최부제역을 맡은 강동원(오른쪽 위), 여고생 영신 역을 맡은 신예배우 박소담(왼쪽 아래)

배우와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외모뿐 아니라 섬세한 연기력까지 갖춘 강동원, 힘을 빼니까 더 멋있는 김윤석은 논외. 신인 배우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소름 돋도록 강렬한 연기력을 보여준 박소담에게 극찬을 보내고 싶다.

더빙이나 기술적 측면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됐던 부분까지 모두 배우 박소담이 직접 열연했다는 것을 듣고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린 여자 배우의 삭발투혼 보다 그가 보여준 탄탄한 연기력과 본질적인 매력이 더 깊게 각인됐다.

영화 후반부 구마 의식이 모두 끝나고 김신부가 “영신이 너가 다했다” 울부짖는 장면을 보며, ‘정말 박소담이 다했다’고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깔끔한 영화. 조심스럽게 <검은사제들2>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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