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자고 일어날 때 마다 매일 얼굴이 바뀐다. 이런 기막힌 상상을 해본 적 있는가?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 역을 거쳐가는 배우는 총 123명이다. 이 가운데 21명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왜 이렇게 많은 배우가 ‘한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미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누적관객수 200만을 가볍게 돌파하는 순항 중이고, 리뷰까지 찾아 볼 정도면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대강의 스토리를 알고 있을 테다.

그래도 설명하겠다. 문두에 던진 그대로다. 남자주인공 우진은 자고 일어나면 매일 새롭고 낯선 얼굴로 변하는 인물이다. 어느 날은 아저씨, 어느 날은 노인, 어느 날은 아이, 심지어 여자와 외국인으로 바뀌기도 한다.

어떻게? 라는 근원적 질문은 넣어두자. 영화이기에 가능한 판타지며, 극중에서도 단지 유전병이라는 것 외에 의학적 혹은 과학적 설명은 해주지 않는다. 얼굴이 변화는 모습도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고로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이 대전제의 설정은 그저 마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성별과 나이, 인종, 국적을 넘나드는 21명의 우진. 그 중 영화를 보고 나온 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7인의 우진을 다시금 되새겨봤다.

1. 박서준 (우진 60역)

 

21명의 배우 중 우진으로 가장 오래 등장한다. 한효주(이수 역)와 첫 데이트를 하는 풋풋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수에게 반한 우진은 최대한 잘생긴 얼굴로 다가가기 위해 몇날 며칠을 기다린 끝에 가장 멋진 비주얼로 깨어난 어느 날 그녀에게 다가가 첫 데이트를 신청한다. 이후 두 번째, 세번 째 데이트 날짜 당일까지 힘겹게 버티며 이틀 동안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 그녀 앞에 다시는 나타날 수 없는 현실이 두렵기 때문이다.

박서준은 서툴지만 용기 있게 다가서는 순수한 우진의 모습을 열연했다. 우진의 실체에 대해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 영화 초반부, 관객들에게 차근차근 우진의 감정선을 쌓아 보여주며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얼굴 뿐 아니라 연기도 훈훈하다.

2. 우에노 주리 (우진 74역)

 

일본 배우 우에노 주리 역시 우진을 연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럼 대사를 한국말로 하는 것일까? 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에노 주리는 일본어로 연기한다. 일본인의 몸이지만 내면은 한국인. 그래서 말은 일본말을 쓰지만 일본말을 알아 듣지는 못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기반한다.

스토리상 가장 중요한 지점에 나타난 우진의 모습은 외국인, 그리고 성별도 여자다. 그러나 우에노 주리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우진을 연기한 그 누구보다도 가장 ‘우진’ 같았다. ‘나를 좋아하는 거죠?’라고 묻는 이수를 지그시 바라보는 우에노 주리의 눈빛 연기가 인상 깊다.

3. 조달환 (우진 82역)

 

평소처럼 말을 편하게 하지 못하고 존댓말을 하는 이수에게 “오늘 좀 불편하게 생겼지?”라는 말을 던져 이수는 물론 관객까지 웃음짓게 하는 이 남자 조달환. 그의 대사처럼 얼굴은 조금 불편하게 생겼을지 모르겠다만, 편안하고 안정된 그의 연기가 의외로 사람을 설레게 만들기 충분했다.

4. 이진욱 (우진 84역)

 

영화관 안에 함성과 환호성이 터진다. 이진욱의 우진이 나올 때 벌어진 상황이다.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 속 강동원 등장 장면 이후 오랜만에 실시간으로 체감할 수 있는 관객 반응이다.

여자 주인공 이수의 회사 창립기념일 파티가 있는 날. 회사 동료들은 베일에 쌓인 이수의 남자친구가 누구일지 궁금해 하는 상황. 그러나 우진을 갈 수가 없다. 하필 이 중요한 날 할머니의 모습으로 일어났기 때문.

우진은 생김새가 어떻게 되든 제발 남자로만 깨어나길 바라며 다시 잠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데 그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이진욱이 맡은 우진이다.

파티장 안에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다가 온 이진욱이 한효주의 손을 잡는 순간 여성 관객들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진다.

5. 서강준 (우진 92역)

 

너무 잘생겨서 기억에 남는다.

6. 김주혁 (우진 109역)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우진은 김주혁이다.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주혁은 이별을 담당하는 우진 역을 맡았다.

매일 봐도 낯선 연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이수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바람둥이라는 소문까지 시달리고, 내적으로는 그 낯설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힘에 부쳐 불면증까지 겹치며 결국엔 신경정신과를 찾을 정도로 괴로워한다.

눈 내리는 밤. 이수의 고통을 헤아리게 된 우진이 마지막 데이트를 끝으로 ‘우리 헤어지자’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감기 걸리겠다. 얼른 들어가’ 하는 대사까지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던 김주혁의 연기는 눈물나게 완벽했다.

특히, 이별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지만 얼굴에선 슬픔을 숨길 수 없고, 꾸며낸 담담함으로 슬픔을 감추려 하는 우진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제대로 살렸다.

만나자마자 이별하는 장면을 찍게 돼 아쉬웠다고 토로한 배우 김주혁. 아마 영화를 본 관객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7. 유연석 (우진 123역)

 

우진의 내레이션을 맡은 유연석이 가장 마지막 우진이다. 1분 사이에도 수시로 바뀌는 우진의 모습을 관객들이 일관되게 바라보는데 무리가 없던 것은 유연석의 내레이션도 적지 않은 도움을 줬다.

그 때문인지 결국 진짜 우진의 모습은 유연석이라는 상상을 기반으로 127분의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자연스럽게 관객과 호흡했던 유연석이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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