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김예솔 기자] 이제껏 보지 못했던 본격 ‘욕’ 코미디 영화가 나타났다. 김수미 주연의 ‘헬머니’.

영화의 대사 반 이상이 욕으로 만들어진 ‘헬머니’는 더 많은 관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15세관람가 대신 ‘청소년관람불가’라는 강수를 두며 속 시원한 속풀이 코미디를 보여준다.

K팝 스타 저리가라…서바이벌 프로그램 끝판왕 ‘욕의 맛’

 

넘쳐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속, 진정한 문화적 가치가 담긴 욕을 찾는다는 다소 황당한 기획 아래 극강 서바이벌 ‘욕의 맛’시작된다.

욕 좀 한다는 고수들이 펼치는 욕 배틀 중 압도적 존재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지옥에서 온 할매 ‘헬머니’다.

둘째 아들 정현(김정태)의 등쌀에 총 상금 3억 원을 목표로 대회에 참가한 헬머니는 다른 참가자들과 서바이벌 매치를 벌이며 듣도 보도 못한 욕으로 결승전까지 진출한다.

사람에 따라 듣기 거북할 수 있는 욕이지만 헬머니가 하는 ‘이유 있는 욕’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속마저 풀어준다.

지하철에서 난동을 무개념 남, 욕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고상한 척 하는 심사위원, 아내에게 가정 폭력을 일삼는 남편 등에게 퍼붓는 욕들은 모든 사람이 알고는 있지만 쉽사리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하는 정의감이 느껴질 정도다.

넘사벽 캐릭터…답은 ‘김수미’

헬머니 캐릭터를 거부감 없이 잘 표현하기에는 김수미가 제격이었을 터다. 대한민국 여배우 중 욕 좀 하는 사람을 고르라면 단연 김수미를 떠올리기 때문.

인터뷰를 통해 볼 수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매우 우아하고 고상하며 30살이 넘는 연하 조인성을 향한 무한 애정을 뽐내는 정도다. 그러다가도 리포터의 욕 좀 해달라는 부탁에 바로 차진 욕을 뱉어낸다.

 

이제껏 김수미가 맡아온 역할을 살펴보면 욕을 안 한 캐릭터가 없을 정도로 드라마와 영화를 막론하고 걸쭉한 욕을 선보였다.

캐릭터인지 실제인지 잘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관객들은 이미 욕하는 김수미에 익숙해져 있고 오히려 재미를 느끼기까지 한다.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빛과 화려한 입담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를 뛰어넘을 만한 여배우가 등장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그만큼 김수미가 이제껏 구축해 온 이미지는 강력하다.

속풀이 욕은 좋다! 그런데 끼워 넣은 듯한 감동은?

헬머니가 주구장창 욕만 해대는 것은 아니다. 성이 다른 큰아들 승현(정만식)과 둘째 아들 주현(김정태)을 향한 애틋한 사랑과 감동을 보여주기도 했다.

직장에서 무시당하고, 부잣집 처가살이에 찍소리 못하고 입 다물고 사는 첫째 아들과 생활비로 준 돈마저 도박으로 홀랑 날려버리는 철없는 백수 둘째 아들에게 헬머니는 엄마로서 가슴 속에 담아둔 미안함을 절절히 전한다.

 

하지만 헬머니의 절절한 진심이 어색한 것은 왜일까.

한국 영화에 이따금씩 등장하는 억지 감동과 이 영화의 ‘욕’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는 서로 맞지 않는 짝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말 못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가진 것은 주둥이 밖에 없다는 헬머니의 외침에 가슴 속 울분을 담아둔 사람들이 하나 둘 제 목소리를 내는 장면이 오히려 이 영화에 적합한 감동으로 보인다.

어머니와 아들의 애틋한 사랑을 욕으로 풀어내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가슴 속에 못다한 말을 담아둔 사람이라면 대리만족하길.

2015년 3월 5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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