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정보 유출·양도세 미납 등 잇단 '악재'…일부 전문가 "과대평가 돼 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대규모 신약기술 수출로 주식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린 한미약품(대표 임성기)이 연이은 구설수에 휩싸였다.

올해에만 8조 원이 넘는 기술 수출에 성공한 한미약품을 두고 업계는 대한민국 신약 개발의 새 역사를 썼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공개 정보 유출, 양도세 미납 등 회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며 호사다마를 겪고 있다.

▶눈부신 '한미약품' 기술수출 8조 '대박'

올해 한미약품의 활약이 눈부시다.

지난 3월 미국 일라이릴리와 7,800억 원 규모의 면역질환치료제 기술 수출, 지난 7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8,030억 원 규모의 폐암치료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지난달 6일 한미약품은 프랑스 사노피와 4조8,000억 원 규모의 당뇨신약 기술 계약 체결에 이어 사흘 뒤인 9일 얀센과 1조600억 원 규모의 비만·당뇨 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업계를 또 한번 놀라게 했다.

   
▲ 한미약품 본사(출처=한미약품)

올해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를 모두 합친 기술수출 규모만 8조 원에 육박한다.

회사의 이러한 호재는 곧장 주식시장에 연결됐다.

연초 8만 원 선을 오르내리던 한미약품 주가는 1년 새 10배 가까이 뛰어 한 때 80만 원을 돌파하는 초강세를 보였다.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의 주식자산은 약 3조 원을 넘어섰고 임 회장의 손자와 손녀 7명이 각각 1,000억 원대 주식부자에 등극했다.

이외에도 한미약품의 수출 대박 소식은 제약·바이오 업종 자체에 대한 재평가로 이뤄져 도미노 상승 랠리를 이끌 만큼 주식시장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신약 수출 정보' 빼돌려 부당이익

그러나 최근 신약 기술수출 정보를 미리 빼돌려 주식 투자로 거액의 시세차익을 거둔 자사 연구원이 구속되는 구설수에 오르게 되면서 한미약품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조사2부는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로 한미약품 연구원 노 모(27)씨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양 모(30)씨를 구속 기소하고, 노 씨의 지인 이 모(27)씨를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한미약품 연구원 노 씨는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 '일라이릴리'의 한미약품에 대한 실사를 준비하면서 면역질환 치료제 관련 기술의 수출 정보를 미리 알고, 공시 전에 주식을 사들여 8,000만 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고 지인들에게 이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양 씨는 연구원 노 씨로부터 전달받은 미공개 정보로 주식에 투자해 1억4,0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다. 이와 함께 업계 내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자산 운용사 펀드매니저 12명 등에게 해당 정보를 전달해 261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 관계자는 "해당 사건은 연구원의 일탈행위이지만 이를 미연에 방지 못한 것에 대해 회사로서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중요한 정보의 외부 누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에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양도소득세 100억 뒤늦게 납부

한미약품은 자사 직원의 미공개 정보 유출 외에도 지주회사 설립으로 생긴 양도세를 내지 않고 있다가 감사원 지적으로 뒤늦게 낸 사실이 알려지며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출범한 ㈜한미홀딩스(현 ㈜한미사이언스)는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얻은 1,000억여 원의 양도차익과 지주회사 주식을 자녀 등에 증여한 사실 등을 세무 당국에 신고하지 않아 감사원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과세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지주회사 전환과정에 포함된 현물출자 자료를 활용하지 않아 결국 양도소득세 100억9,000여만 원을 징수하지 못했다.

이를 적발한 감사원은 서울지방국세청에 한미약품에 대한 양도세 100억9,000여만 원을 징수하고 현물출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를 활용하라고 통보했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이 같은 사항을 지적받자 지난달 100억여 원의 세금을 뒤늦게 납부해 여론의 거센 눈총을 받고 있다.

▶주가 거품 빠지는 중?…부정적인 전망까지

미공개 정보 유출, 양도세 미납 등 회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거듭 휩싸이며 한미약품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10일 장중 최고 87만7,0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60만 원선까지 주저앉았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 씨티증권이 한미약품 매도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주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7일 씨티증권은 한미약품 분석 보고서에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바꾸며 목표 주가를 39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목표가를 90만 원 이상으로 잡은 것과 대조적이다.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제품이 과대평가 됐다는 이유다.

씨티증권은 한미약품이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에 수출하기로 한 지속형 당뇨 신약 제품군 '퀀텀 프로젝트'에 대해 2조 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현대증권이 7조4,000억 원, KB투자증권이 8조9,00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분석한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김상수 씨티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의 가치가 실제보다 고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최대매출과 신약성공률을 글로벌 표준에 비해 높게 가정한 것일 뿐 실제 한미약품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가치는 주당 28만 원으로 시장 컨센서스에 비해 67%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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