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 우울병 등 업무상 질병 포함…산재 인정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최근 대기업 CEO들의 갑질 행위가 끊임없이 발각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비상식적인 행동으로부터 질타 받는 기업들의 갑질만이 사회를 멍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인식에 휩싸인 일부 고객 중에서도 도를 넘는 갑질로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진짜 ‘왕’ 행세하는 소비자

기업들의 친절경쟁이 과열되다 보니 소비자는 어느새 왕이 됐다.

2014년 12월 말 현대백화점 부천 중동점에서는 ‘백화점 갑질 모녀’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은 주차장 아르바이트 직원이 모녀에게 주먹질을 하는 등 모욕적인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무릎 꿇린 사건으로 직원에 따르면 모녀에게 한 행동도, 모욕적인 행위도 아니었다.

이후 계속해서 소비자 갑질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1월 대전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에서는 40대 여성이 고객이 직원의 뺨을 때리는 폭행사건도 있었다.

이 사건은 직원이 옷에 묻은 립스틱 때문에 교환이 어렵다고 하자 고객이 폭력을 가했고 옷을 교환받고 나서도 종이백을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에서도 서비스 불만족을 이유로 보안업체 직원의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는 등의 비상식적인 행위로 비난받았다.

이외에도 택배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입구부터 집까지 걸어서 배송하라는 식의 명령도 서슴치 않는 등 소비자들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비자단체, ‘착한 소비’ 장려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직 등 다양한 유형의 감정노동자를 위해 소비자단체가 ‘고객은 왕’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에 변화를 꽤하는 움직임을 활발히 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이하 녹소연)는 택배기사, 항공사 직원, 백화점 CS 직원, 텔레마케터 등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여성 감정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온 이들은 2014년 여성뿐 아니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녹소연은 ‘착한 소비자’ 서명운동과 함께 감정적 폭력을 당하는 근로자의 모습을 표현한 퍼포먼스 및 각종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녹소연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유명 브랜드 제품 판매자의 서비스는 그 브랜드의 가치에 걸 맞는 수준이어야 한다는 인식 하에 고객 스스로가 세운 기준에 미달하면 무례함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 2014년 발족한 ‘감정노동종사자 건강보호 서포터즈단’도 ‘감정노동을 생각하는 기업 및 소비문화조성’ 위한 전국캠페인을 열고 착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이 단체에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한국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와 사업주단체 12개로 구성됐다.

한국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 캠페인은 일명 ‘진상 소비자’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받는 입장에서 감정노동 근로자들을 배려하는 성숙한 소비가 나뿐 아니라 다른 소비자들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되며 기업은 그들을 감정노동 전문가로 대우하고 전문적 교육을 하는 것이 필요함을 알리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갑질 소비자 대응 메뉴얼 제작 등 ‘노력’

고객 갑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 아래 기업과 정부가 감정노동자로 분류되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먼저 지난 2015년 LG 전자는 불만고객 전담 민원상담파트를 운영해 욕설과 성희롱 등 악성고객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고객센터 내 70여명의 상담사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힐링룸과 휴게실을 운영하고 있고 이마트는 고객을 응대할 때 생기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케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다수의 기업이 블랙컨슈머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고 있다.

또 몇몇 기업은 갑질을 하는 소비자 특히, 폭력적인 징후를 보이는 소비자를 만날 경우를 대비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 중이다.

국내 백화점 및 대형마트에 따르면 고객이 폭언 및 폭행을 하는 경우 안전 요원을 즉각 부르거나 상급자에게 곧장 보고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적극적으로 직원을 보호하고 있다.

정부 역시 고객의 폭언 등으로 우울증이 생기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확대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5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전에는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만 규정됐지만 개정안에는 감정노동자의 적응장애나 우울증도 업무상 질병으로 추가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고용부 관계자는 “감정노동자의 정신질병 피해 사례는 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적어 산재 신청이 적었지만 이번 개정안으로 산재 신청 및 승인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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