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선임 정운호 입김 작용했을 것" 추측…'완전한 결별' 필요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네이처리퍼블릭 창립자 정운호 전 대표가 불미스러운 일로 자리를 비운 지 1년, 경영에서 완벽히 손을 떼고 자리에서 물러난 지 4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원정도박, 변호사 폭행, 법조계 로비, 군납 로비 등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불리는 수많은 사건이 열거되며 네이처리퍼블릭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했고, 성장세였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그야말로 창사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였다.

해외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을 꾀했지만 갑작스러운 오너리스크로 인해 1년여동안 물심양면으로 공 들여왔던 기업공개(IPO)작업도 제동이 걸렸다.

그렇게 반년 넘게 지난 6월, 정운호 전 대표가 등기이사직에서 사퇴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새로운 수장으로 김창호 신임 대표가 선임됐다.

김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정상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리더십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앞으로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창호 '동분서주', 경영 안정 최우선

각종 악재와 내홍 속에서 네이처리퍼블릭의 선결과제는 무엇보다 경영 안정화다.

사측은 올해 6월 전문경영인체제를 도입,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에 김창호 전무를 승진 및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김창호 대표는 지난 1984년 LG생활건강에 공채로 입사한 뒤 더페이스샵 등을 거치며 화장품 업계 경력이 30년을 넘은 베테랑이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다각도로 심도 있게 검토하다가 내부 사정과 자사 브랜드 철학을 잘 아는 내부 임원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정운호 전 대표를 대신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김창호 대표는 우선 조직 및 브랜드 경쟁력을 빠르게 재정비한 뒤 오너 부재로 차질을 빚었던 중국과 미국, 러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메가 트요폴리스탄몰에 단독 매장을 오픈하며 러시아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내딛은 네이처리퍼블릭은 지난달 메트로폴리스몰에 2호점을 열고 신규 시장 확대에 한창이다.

러시아는 K-뷰티의 새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는 곳으로 화장품 수입 연간 규모가 10억 달러에 달한다. 네이처리퍼블릭 1호점은 오픈 3주 만에 누적 방문객수 1만 명을 돌파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또한 베이징과 상하이에 이어 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서남 내륙의 경제 중심 도시인 시안에 첫 번째 매장을 열고 중국 시장 공략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에 따르면 시안 1호점은 오픈 첫 날부터 ‘수딩젤’ 등 인기 제품이 품절 사태를 빚었으며 마스크팩은 하루 5만 장이 판매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김 대표는 또 내부적으로 ‘스킨십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매장을 직접 방문해 가맹점주 및 거래처들과의 스킨십 강화 활동에 나서고 있으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운호 측근' 꼬리표 발목잡나

그러나 김 대표가 고군분투에도 여전히 그를 향한 날선 시선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이유는 김 대표는 정운호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둘은 정 전 대표가 더페이스샵을 이끌 당시부터 동고동락해 온 사이로 알려져 있다.

또 최근에야 매각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네이처리퍼블릭의 최대주주는 정운호 전 대표이다.

때문에 김창호 대표의 선임에 정 전 대표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사실상 독자적인 경영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장외주식시장에서 네이처리퍼블릭 투자에 나섰다가 큰 손실을 입은 이들은 정 전 대표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김 대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국장외주식연구소 소영주 소장은 “정운호 대표의 구속 이후 추락하는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존 정운호 대표 체제에서 호흡을 맞춘 사람보다는 새로운 수혈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정운호 대표가 진정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을 위한다면 완전한 결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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