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개정, 과징금 상향 통한 부당내부거래 근절 시급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3일 신세계SVN과 조선호텔에 판매수수료를 낮게 책정해 부당 지원한 신세계, 이마트, 에브리데이리테일 등 3개사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총 40억6천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2009년부터 신세계SVN의 베이커리사업 매출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자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은 그룹 차원에서 이 회사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원 과정에는 정용진 그룹 부회장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내부문건, 회의록 등에서 드러났다고 한다. 신세계SVN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 정유경 신세계SVN 부사장이 4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벌총수의 이같은 계열사 부당내부 지원은 현재 재벌이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탐욕적 행태를 드러낸 것에 다름없다. 나아가 재벌의 이익이라면 불법을 서슴치 않는 파렴치한 모습을 보임은 물론 중소서민의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먼저,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는 시장의 공정경쟁질서를 저해하여 결과적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재벌그룹의 계열사에 대한 부당내부거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키고 시장경제에서 중소기업을 배제시키는 불공정 행위이다. 재벌들은 특정 계열사를 지원해줌으로써 사업위험 없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얻어 성장시킬 수 있다.
 
특히 공정거래법에서 부당지원 행위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으나 적발하여 제재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과징금 부과는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계열사와 내부거래를 한 것에 대한 첫 제재다. 그동안 법인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제재는 있었지만 총수 일가가 대주주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벌들은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하지만 중소기업들은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이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더욱 심화시킨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재벌의 부당내부거래는 경영권 편법 승계로 악용되어 주주이익을 침해한다. 
 
재벌들은 작은 친인척 계열사를 만든 후 부당내부거래나 지원성 거래 등으로 이 기업을 단시일 내에 대기업으로 키워나간다. 이에 따라 지원을 받은 계열사의 주가는 급등하고 친인척 주주들은 단시일에 엄청난 이익을 누리게 되었다. 이는 다른 계열사의 소액 주주들에게로 가야할 이익을 편취하면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함은 물론 재벌 총수의 2세에 대한 편법 상속 또는 증여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경실련은 이같은 재벌의 부당내부거래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한다.
 
첫째, 실질적인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부당내부거래를 방지해야 한다. 
 
현행 공정거래법 23조 7항에서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가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판단해 제재하고 있다.
 
하지만 부당성과 현저히 유리한 조건이라는 점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현 공정거래법 23조 7항 조항에서 말하고 있는 “부당성”에 대한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법적 불완전성을 해소하고, “현저히”라는 문구를 삭제하여 통상적 거래관행을 넘어서는 유리한 조건인 경우는 위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둘째, 현행 낮은 과징금 부과기준을 20% 이상으로 상향조정하고, 감경조항 정비를 통해 감경사유의 남용을 줄어야 한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 등 불법행위에 대한 최고 부과기준은 담합에 적용된 10%이지만 실제로 부과되는 최종 부과액은 관련매출액의 1.3% 수준이다. 여기에 각종 감경사유로 인해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은 재벌의 불법행위를 막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낮은 과징금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보다는 이익이 커 재벌들로 하여금 불법행위를 자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향후 재벌의 불법행위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과징금 부과기준을 20% 이상으로 상향시킴과 동시에 각종의 감경사유를 정비하여 과징금 부과가 재벌의 불법행위를 막는 실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불공정 거래에 대한 직권조사 규정을 도입해야 한다. 
 
친인척 계열사의 내부거래와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단시일에 급성장 했다거나 수익성이 거래회사에 비해 유달리 높다거나 할 때는 지원성 거래를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 이런 친인척 계열사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실시해서 부당가격 거래가 있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런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재벌규제에 별도 법조항으로 도입하여 의무화시킬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경실련은 이번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재벌이 여전히 시장에서 불법을 통한 탐욕과 횡포를 서슴치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고 보고 더욱더 재벌개혁을 통한 경제민주화의 실현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따라서 정치권은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와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제공=경실련 경제정책팀>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