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겁이 덜컥 난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이 지난 6일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터넷은행 출범에 대해 허심탄회한 소회를 밝혔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가 문을 연지 사흘 만에 10만 명 이상의 구름떼 고객을 끌어 모으는 등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돌풍을 일으키자 시중은행장으로서 느낀 위기의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국내에 새로운 제1금융권 은행이 문을 여는 자체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무려 24년 만이다. 심지어 기존 전통적인 은행의 틀을 깨고 정보통신기술까지 등에 업은 채 나타난 ‘괴물 신인’ 혹은 강력한 라이벌의 탄생이다. 신경이 안 쓰일 수 없다.

케이뱅크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다면 24시간, 365일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절차도 복잡하지 않다. 심지어 지문 인증만으로 심사 없이 5분 만에 300만 원 한도 마이너스 통장이 뚝딱 개설된다.

특히 이렇게 지점 없이 대출 등의 업무를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처리함에 따라 줄어드는 비용으로 시중은행보다 좋은 금리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건 최대 무기로 꼽힌다.

당장 금융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불가피해짐에 따라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시중은행들은 초반 케이뱅크의 무서운 선전에 ‘개업효과’라며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맞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들뿐 아니라 저축은행들까지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자 분주하게 서비스를 확대하고 파격적인 금리 조건을 제시하는 모습이 속속 눈에 띈다. 케이뱅크의 출현으로 요지부동으로 콧대를 높이던 시중은행의 금리가 움직인 것이다.

특히 무점포와 비대면거래가 강점인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상품 개발과 모바일 서비스 개편에 힘주는 등 발 빠르게 변화를 모색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아직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은 국내 금융권에 좋은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맡아 그동안 굼뜬 모습을 보여온 거대 은행들을 날쌘 '미꾸라지'로 변화시키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금융권 치열한 혈투를 앞두고 은행들은 겁이 덜컥 나고, 고민이 깊어질 지 모르겠으나 솔직히 말해 소비자들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두 팔 벌려 환영 일이다.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의 탄생으로 누리게 될 혜택도, 변화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시중은행의 새로운 시도들도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그림 될 터다.

이미 닻을 올린 KT 주도의 케이뱅크 외에 또 다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도 출항을 앞두고 있어 향후 은행권 태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24년간 ‘고인 물’에 풀린 ‘메기’ 두 마리가 국내 은행권 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단초가 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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