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분위기가 확실히 변했어요. 한동안 뚝 끊겼던 중국 현지 거래처의 견적 문의도 다시 조금씩 들어오고 있고, 안 된다는 단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조금만 더 기다려보라는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곳이 많아졌어요. 한국행 단체여행 금지도 곧 해제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국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인 금한령(禁韓令)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던 여행, 엔터, 유통 등 업계 관계자들이 새 정부출범 이후 회복 기미를 보이는 한중관계에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매출이 반토막 나거나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기업이 수두룩할 만큼 당장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인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히면서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중 90%가 3개월 째 영업중단 상태다.

그 피해가 오죽 했으면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소공점과 편의점 세븐일레븐 점포 안팎에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因为理解,所以等待)”라는 눈물의 호소문을 부착했을까.

호소문으로 얼마나 많은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렸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결코 아니었으므로,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권이 바뀐 후 경직됐던 한중관계가 해소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화장품주 등 관련 증시가 민감하게 요동치고, 업체들은 저마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 큰 고비 하나는 넘긴 셈이다.

다만 유커의 귀환을 모두 환영하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중국관광객이 다시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소식에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진정한 사드보복이 시작됐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금한령 이후 제주도에 중국인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뉴스를 보고 ‘이 기회에 제주도 여행을 다녀와야겠다’고 환호하던 반응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중국인들로 인해 피해를 보거나 국내 기업들의 ‘유커 모시기’ 전략에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느낀 국민들이 많다는 뜻이다. 어느 순간부터 명동에 가기 싫다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중국말로 중국인 소비자만 상대하는데 혈안이 돼 있는 기업들을 보며 내국인인 한국인들은 오히려 더 철저히 소외감과 씁쓸한 감정을 느껴야만 했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설화수’와 ‘후’의 면세점 내 위상이 높아지자 콧대를 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적립금 사용을 막았다가 사드보복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자 3개월 만에 다시 제한을 푼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당연히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아쉬우니 그제야 슬그머니 포인트 적립 사용을 원상복귀시켜 내국인의 마음을 돌리려는 인상을 줬기 때문이다.

아직도 오로지 ’중국’이라는 한 우물만 파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내수 시장을 소홀히 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해외 시장 발굴에도 소극적이다. 언제까지 사드 탓만 하며 유커가 돌아오길 목을 뺀 채 기다리고 있을 것 인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중국 시장은 글로벌기업 누구라도 절대 놓칠 수 없는 ‘빅 마켓’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 어느 시장보다 변수가 많은 중국 시장만을 믿고 '올인'하는 안일한 전략은 절대 답이 될 수 없음이 이번 금한령 사태를 통해 증명됐다.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들은 무조건적인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진짜’ 경쟁력을 키우는 데 골몰해 다시는 똑같은 위기를 겪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더불어 철저한 안방단속을 통해 초심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 힘든 시기 유커의 빈자리를 채워준 건 결국 이들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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