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호그룹 비공개 회의…'상표권 사용 기간' 줄다리기 계속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 허가 관련 협상을 개시하면서 평행선을 걷던 분쟁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구조조정실 실무진과 금호그룹 전략경영실 실무진이 만나 상표권 협상을 위한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지난 3월 13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중국업체인 더블스타와 9,550억 원에 금호타이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후속 절차 진행을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인데 그 중 가장 난제로 꼽히는 상표권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만남은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성사됐다. 이 자리에서 산업은행 측은 금호타이어 매각의 선결 조건인 상표권 문제를 종결 짓기 위해 보유 주체인 금호산업이 협상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요청했으며, 금호그룹은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의 상표권 사용기간과 요율을 합리적인 조건으로 공식 제시할 경우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알려졌다.

이는 사전 합의가 있을 경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5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금호그룹의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산업은행 측은 주주협의회 내부 논의를 거친 후 공식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을 불허하자 우선매수청구권 행사를 포기하게 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금호’ 상표권 허용 불허 카드를 내밀면서 금호타이어 매각 문제는 이미 상표권 분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지 오래다.

금호타이어의 주인이 더블스타로 바뀌기 위해서는 상표권 관련 재계약이 선행돼야 하는데 양측의 이견이 팽팽해 절충안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산업은행은 더블스타에 ‘금호타이어’라는 상표를 5년 의무 사용하고 향후 15년간 선택 사용할 수 있도록 약속한 상태다. 사용료는 금호타이어가 금호산업에 내는 현행 요율(매출액의 0.2%) 대비 높지 않게 보장해 달라는 요구도 잠정 승인했다. 따라서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

그러나 상표에 대한 권리를 보유한 금호그룹 측은 금호타이어 상표권을 5년까지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고수 중이다.

기간뿐 아니라 사용료와 관련해서도 힘겨운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금호그룹은 매출액의 0.2% 사용요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상표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법정관리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금호그룹을 압박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박 회장은 "법정관리로 갈 수 있는 회사를 9,500억 원에 매각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며 발끈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언급되고 있는 법정관리 추진 등 내용은 현재 단계에서 검토한 바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이와 함께 주주협의회를 열고 내달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에 대해 3개월 연장하기로 사실상 합의하면서 해당 논란을 일부 불식시켰지만 9월 이후 채권만기 연장을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은행의 의중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상표권 사용 불허 입장을 고수하던 박 회장이 합리적인 조건을 전제로 상표권 사용을 5년간 허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선데 이어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데까지 성공하면서 ‘법정관리’ 카드가 효과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편 매각 관련 진통을 겪고 있는 금호타이어는 노조의 부부파업 단행까지 이어지며 내우외환에 빠졌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금호타이어 매각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완전 고용 보장을 촉구한다는 의미로 6월 1일부터 이틀간 근무조별로 2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금호타이어 측은 "노사가 혼연일체로 위기극복에 매진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만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라며 "파업을 통해 과연 고용보장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지도 의문이다"라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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