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우리나라가 국제 해킹 조직들의 핫플레이스가 돼 버린 것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해킹 위험과 보안관련 문제들로 나라가 시끄럽다.

얼마 전에는 웹호스팅 업체 ‘나야나’가 국제 해커들의 공격으로 397.6비트코인(13억 원 상당)을 강탈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커는 당초 50억 원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이 수 차례 협상으로 가격을 끌어내려 13억 원에 복호화(암호화의 반대) 키를 받기로 하면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이번 나야나 사건은 국내 사이버 범죄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아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돈을 버는 데 성공한 해커들이 우리나라를 타깃으로 더 빈번하게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강도들이 요구하는 ‘몸값’을 지불하더라도 내부적으로 은밀히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사건의 경우 대대적 언론보도까지 이뤄지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는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7곳이 해커들의 표적이 돼 논란이다. 국제해킹그룹이 국내 시중은행 7곳을 상대로 오는 26일까지 비트코인을 주지 않으면 디도스 공격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어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감돈다.

이대로 우리나라가 국제 해킹 조직의 주 먹잇감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짙어지는 상황에서 가장 보안에 민감한 금융권까지 뚫린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단 협박을 받은 은행 당사자들은 아직 침착한 모습을 유지 중이다. 디도스 등 해킹 공격에 대한 대응 체계가 이미 잘 갖춰져 있는 데다 24시간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 이번 해킹 예고가 실제 심각한 사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등 급격한 금융 환경의 변화로 은행들은 현재 기로에 놓여있다. 경쟁에서 살아나기 위해 비대면금융 서비스 강화를 목표로 점포와 인력은 최소화로 줄이고, 대다수의 서비스를 디지털화시키는 작업에 한창이다.

최근 지점을 80% 이상 파격적으로 줄이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기존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에서 벗어나서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익숙한 불편함 대신 낯선 편리함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미 직면한 디지털 시대를 수용하고 언제 어디서나 지점에 오지 않아도 모든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은행들은 한 목소리로 소비자 중심에 변화를 꾀하겠다고 말한다.

편리함을 싫어할 소비자는 없다.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 없이 인터넷과 모바일로 금융거래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기를 한 마음으로 바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전제조건으로 철저한 ‘보안’ 뒷받침 될 때 이야기다. 미래금융의 핵심은 보안이다. 비대면 거래가 간편해질수록 곧 해킹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한 번 상상해 보자. 지점 통폐합으로 지금 당장 가까이 대면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페이지가 먹통이다. 해커의 공격 때문인지 은행 자체 시스템의 문제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언제 시스템이 복구될지도 불투명한 상태라면 당장 1분 1초가 급하게 은행 거래가 필요한 사람에게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편리함이 역으로 불편함이 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개인정보 유출 문제까지 터진다면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은행들은 저마다 자체적으로 해킹을 대비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 구축하고 있다며 방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결과는? 어쩌면 이번 해킹 공격을 은행들이 어떻게 처리하고 대응하느냐는 금융 업무의 디지털화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보안 역량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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