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싱가포르 면세점에 대규모 출자…사측 "재무적 문제 없다, 투자 계속"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호텔신라가 면세점 관련 공격적인 해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사드 보복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국내 면세사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구매 경쟁력을 확대시키는 행보로 기대되는 한편 일각에서는 재무안정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호텔신라는 공시를 통해 25일 신라면세점 홍콩법인(Shilla Travel Retail Hong Kong Limited)과 싱가포르 법인(Shilla Travel Retail Pte. Ltd.)에 각각 690억4,968만 원, 376억8,800만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기자본(6,615억4,000만원) 대비 각각 10.44%와 5.70%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분 취득 후 각 법인에 대한 호텔신라의 지분율은 모두 100%이며, 지분 취득은 현금 취득을 통해서 이뤄진다.

같은 날 호텔신라는 신라면세점 홍콩법인에 858억 원 규모(자기자본 대비 12.9%)의 채무보증과 304억 원(4.6%)의 금전 대여를 결정했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자회사인 싱가폴 법인의 경우 재무구조 유지를 위한 것이며, 홍콩 법인의 경우 초기 투자비용을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당분간 호텔신라의 실적이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보복 조치로 유커(중국인 관광객) 방문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매출의 직격탄을 맞게 된 가운데 계속되는 공격적 해외투자가 자칫 무리를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호텔신라는 연결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173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대비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 줄어든 8,9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면세점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82억 원(국내점 173억 원, 창이점 -91억 원)으로 전년대비 48% 감소해 거의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그나마 호텔·레저 부문을 통해 168% 급증한 9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면세점 감소 폭을 상쇄시켜 전반적으로 2분기 실적을 선방으로 이끌 수 있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최근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 듯이 면세점 사업이 리스크가 큰 업종이라고 볼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다변화의 숙제를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며 "호텔신라의 경우 기존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뿐 아니라 올해 연말에는 홍콩첵랍콕공항의 면세점 개장을 앞두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차원에서 여러가지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상장사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투자는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다변화 전략, 그리고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한 투자 행보는 계속해서 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사드 여파로 국내 면세점 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어려울 수록 위축되지 말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호텔신라의 주가가 바닥권에 도달했지만 회복 속도는 느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 중이다.

박성호 연구원은 "2분기 호텔신라 면세사업부 국내점 실적은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극대화 국면에서 달성됐다는 점에서 바닥권 실적"이라며 "3분기에도 면세점 실적은 전분기 대비 비슷한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장기적 관점에서 면세점 일부가 시장 철수를 하고 중국의 사드 보복이 완화될 경우 호텔신라의 면세점 실적은 확연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호텔신라 주가는 바닥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나 사드 문제 해결이 불확실한 관계로 회복 속도는 느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