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경쟁력 강화 차원"…전문가 "다른 목적 의심·주주가치 훼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유명 화장품 브랜드 '미샤' 제조업체인 에이블씨엔씨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뒤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는 지난 6일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 계획을 공시했다. 이는 발행주식수 대비 48.1%에 달하는 규모다.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전후로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겪었다. 대규모 유상증자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인 7일 하루에만 12% 넘게 급락했다. 2만 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현재 1만6,250원까지 떨어졌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유상증자를통한 자금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시설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며, 반기말 기준 단기 금융자산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을 1,0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를 단순히 영업 자금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노후점포 인테리어 개선과 마케팅 확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개선, 해외 유통채널 강화 등의 계획이 유상증자가 불가피할 만큼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시장에 밝히지 않은 다른 사업계획이나 증자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 PE)의 지분 확대를 위한 증자 결정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지분을 늘린 뒤 상장폐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나온다.
사모펀드인 IMM PE는 지난 4월 창업주 서영필 회장의 지분 25%를 넘겨 받았다. 이후 공개매수를 통해 보유 지분율을 50%이상으로 확대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에이블씨엔씨는 유상증자 자금 사용계획을 더욱 구체적으로 밝히며 시장의 우려와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진화 작업에 전전긍긍 중이다.
11일 에이블씨엔씨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1,500억 원 가운데 611억 원은 시설자금, 511억 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나머지 328억 원은 기타자금으로 각각 분배돼 사용된다.
에이블씨엔씨 관계자는 “내년부터 2년간 2,289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증자금액 1,500억 원과 에이블씨엔씨 자체 보유 금액으로 충당된다”고 설명했다.
해당 관계자는 “유상증자로 확보된 금액과 사내 유보금을 투자해 보수적인 경영 기조에서 벗어나 회사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