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 높은 보험 중 하나가 바로 ‘변액보험’이다. 

주변에서 “잘은 모르지만 변액보험은 절대 들지 말라고 하더라”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직간접적 경험상 변액보험 상품은 무조건 손실을 보는 상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차곡차곡 쌓여 이미 만성 상태에 이르렀다.

변액보험이 처음부터 이렇게 못 미더운 취급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주식 시장이 활황이던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변액보험의 인기는 생보사들도 놀랄 만큼의 고공행진을 이뤘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로 시장이 나빠지면서 변액보험의 손실이 커졌고 인기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그런데 최근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생보사들은 슬그머니 다시 변액보험 상품 판매에 주력 중이다. 변액보험은 수수료가 높은 편인데다,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도 대부분 고객이 감수하는 구조로 보험사들에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고객들이 낸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운용하고, 수익이 나면 실적을 보험금에 얹어주는 방식의 간접투자상품이다.

한마디로 투자 실적에 따라 수익을 볼 수도 있고 손실을 볼 수 도 있어 ‘보험’임에도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단순 ‘보험’ 개념의 안정성을 믿고 가입하면 ‘수익률 반토막’의 쓴 맛을 볼 수 있다.

여기에 보험료의 대략 10% 정도를 사업비(투자 대리비) 명목으로 보험사에 빼가고 시작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적자가 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 이러한 변액보험의 성격과 사업비 개념, 그리고 투자 원리를 모두 인지한 후 보험에 가입하게 된다면 아무런 문제도 발생 될게 없다. 선택이 본인의 몫이었던 만큼 그 결과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많은 보험사 혹은 보험설계사들이 변액보험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고객에게 보험을 가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액보험 불완전판매는 높은 민원율로 이어져 전체 생명보험 민원 가운데 20% 이상을 차지하는 ‘민원왕’ 보험의 불명예도 안고 있다.   

판매 뒤 유지 관리 문제도 심각하다. 변액보험은 통상 10년 이상 장기계약으로 지속적인 수익률 관리가 필요한 상품이지만 대다수의 보험설계사의 경우 당장의 판매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 판매 후 유지관리는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고객의 수익이 얼마가 나든 손해가 얼마가 나든 관심이 없다는 게 더욱 맞는 표현일 것이다.

실제 금감원 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14개 생보사 가운데 1회 이상 펀드를 변경한 변액보험계약은 전체 중 4% 미만으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업계 내에서 변액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자들 조차도 해당 상품에 대한 전문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형편이니, 그들에게서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길 기대하는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語不成說)’ 일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현재 변액보험 가입자가 설계사 또는 콜센터 등을 통해 상담 자문을 받고 싶어도 펀드에 관한 전문성이 부족해 홈페이지에서 조회 가능한 수준 정도의 단순 상담만 하고 있어 실효성이 제로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이를 해결할 묘수로 변액보험 펀드 상담‧자문을 위한 펀드주치의 제도를 오늘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생보사 내 자체적으로 변액보험 전용 콜센터를 설치하고 변액보험판매자격 또는 종합자산관리사 시험 합격자, 펀드 관련 자격보유자를 최소 2명씩 배치함으로써 변액보험 가입자들에게 양질의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주 골자다.

해당 제도가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된다면 변액보험 관리 부문에서는 일정부분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변액보험 민원 대부분의 판매 과정에서 일어나는 만큼 변액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자체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문제는 여전히 생보사들이 스스로 투명성 있게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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