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일단락 된 줄로만 알았던 산업은행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이다.

긴 시간 금호타이어 매각과 상표권 문제로 대립하던 채권단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의 갈등은 지난 9월 채권단 주도의 정상화 작업과 박 회장을 포함한 현 경영진 퇴진에 전격 합의로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듯 보였다.

그러나 상표권 사용을 구두로 허용했던 박 회장이 최근 이를 문서로 남기는 작업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차질을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산업은행은 금호산업 측에 우선매수권 포기에 대한 문서를 보냈으며, 금호타이어는 상표권 무상 양도에 대한 문서를 전달했다.

산업은행은 향후 재입찰에 박 회장이나 박 회장이 지배하는 회사가 참여할 수 없음을 알리면서 우선매수권 포기 확인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같은 날 금호타이어 역시 '금호타이어'라는 상표권을 무상 양도하고 '금호' 관련 상표권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박 회장 측에 요구했다.

금호타이어의 소유였던 ‘금호타이어’ 상표권이 계열사 통합 과정에서 금호산업으로 무상양도 됐던 것을 최근 계열사 분리 추진이 이뤄지면서 다시 돌려받으려는 것이다.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의 이런한 행보는 지난 9월 2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박 회장이 만나 구두로 합의 내용의 문서화 작업을 위해서다.

앞서 금호산업의 박삼구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추진 과정에서 상표권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영구사용권 허용 등의 방법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과거 매각과 관련된 잡음을 잘 알고 있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박 회장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통 큰 용단을 내려줬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내린 용단이란, 경영권·우선매수권·상표권 등을 모두 포기하고 경영정상화에 힘을 보태기로 수 차례에 걸쳐 약속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지난 달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회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포기는 물론 상표권까지 포기하도록 확약을 받았다"고 재차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나 자칫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히진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30일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가 금호산업 측에 회신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난 2일에도 재차 상표권 사용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지만 현재까지도 금호산업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두로 합의했다고는 하지만 상표권 사용 허용 여부가 문서화되지 않으면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은 여전히 금호 측의 회신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금호산업 측에서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아무런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급박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기다려 볼 생각이지만 그렇다고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끝까지 회신을 하지 않는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말 금호타이어 실사 작업을 마무리하고 정상화에 관한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한편 금호산업 측은 상표권 문제에 대해 법률·세법·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는지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전히 앙금이 남아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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