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보험 리스크와 금융당국 징계 불확실성 여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동양생명(공동대표 구한서·뤄젠룽)이 여전히 육류담보대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3분기 당기순익 76% 하락...우울한 실적 계속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양생명은 올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이 162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5,906억 원으로 14.8%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9% 줄어든 185억 원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는 시장전망치를 50% 이상 하회하는 수치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도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1,94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3% 줄어들었다. 매출액은 5조4,626억 원, 영업이익은 2,447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4%, 0.4% 하락했다.  

이러한 저조한 실적은 효율 지표 악화와 투자수익률 감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집중적으로 판매한 일시납 저축성 보험 판매 감소와 보장성 신계약 중심의 판매에 따른 신계약비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세제 혜택 축소 등의 영향으로 일시납 저축성보험 판매가 줄어든 영향으로 매출액이 감소했다‘며 ”또한 보장성상품 판매가 크게 늘면서 신계약비 증가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1989년 설립돼 지난 2000년 첫 흑자를 기록한 뒤 2009년 순이익 1,000억 원을 돌파한 동양생명은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인수된 3분기 누적순이익 2,240억 원을 달성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 2,000억 원 시대를 활짝 여는 듯 했다. 

그러나 거침없는 성장세와 함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을 코앞에 두고 상상치 못했던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에 휘말리며 쓰디쓴 좌절을 맛봐야 했다.

동양생명은 연초 한 육류 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늘어나자 이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사가 대출해준 것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약 3,000억 원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게 된 동양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344억 원으로 전년도 보다 78.2% 내려앉았다.

현재 동양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보험그룹은 육류담보대출의 위험 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손해를 봤다며 전 동양생명의 주주였던 VIG파트너스(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을 상대로 7,00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주가 40% 하락 ”대주주 리스크, 불확실성 존재“

지난해 12월 1만4,000원 고지를 눈앞에 뒀던 동양생명의 주가는 육류담보대출 사건 이후 줄곧 내림세다. 11월 13일 현재 8,620원으로 4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대주주 리스크도 주가 흐름의 발목을 잡았다.

동양생명에 이어 ABL생명(구 알리안츠생명)을 품에 안고 국내 금융시장 진출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던 안방보험은 ‘차이나머니’의 대표 자본으로써 주목받는 한편, 그룹 운영을 둘러싼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미공개된 자금 출처와 관련한 무성한 소문과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지난 6월 대주주 악재로 우려하던 오너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안방보험 총수 우샤오후이 회장이 불법대출 및 해외자본 유출 의혹 등으로 한 중국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 뒤 곧 우샤오후 회장의 사임 소식이 전해진 것.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을 앞두고 보험업계 자본확충이 발등 불로 떨어진 상황에서 과거 금리 인상기에 저축성보험으로 몸집을 늘려 온 동양생명의 경우 추가 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대주주 리스크로 이조차 불투명해졌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대주주 리스크와 사측의 외형 성장 집중 전략에 따른 자본적정성 저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신중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나온다.

김태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양생명은 현재 육류담보대출 사건 이후 대주주인 안방보험과 보고펀드와의 소송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여기에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 관련 금융당국 및 검찰 수사에 따른 사법적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동양생명이 최근 2019년까지 배당성향 30%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공시하는 등 적극적인 배당 의지를 피력함으로써 주가 흐름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동양생명의 과거 주가 걸림돌은 실적보다는 지배구조 및 배당정책 불확실성이었다“며 ”3분기 실적이 부진하긴 하지만 경영진이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배당정책 공시는 시장 우려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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