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의 밀실 매각 의혹 일파만파...520만 고객은 봉인가?

[컨슈머치 = 최봉석 기자] LIG손해보험의 미래가 그야말로 불투명하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 마치 안개 속을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LIG손해보험이 외견상 가시밭길을 걸고 있다. 마치 고난의 행군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결국 바깥에서도 샌다고 했던가.

최근 고객들을 홀대하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사회적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LIG손해보험은 이 회사 노조로부터 며칠 째 강한 압박을 받으며 휘청이고 있다.

노조 측이 ‘인수후보로 선정된’ 롯데그룹을 비롯해 사모펀드, 중국의 푸싱 그룹 등 외국 자본들의 지분 인수에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종합적으로 매각에 ‘빨간 불’이 켜진 꼴이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3일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함께 롯데손해보험, KB금융지주, 동양생명, MBK파트너스 외에 중국 푸싱그룹에 입찰 기회를 부여한 상황.
 
그러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LIG손해보험지부는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LIG타워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 매각이 명확한 비전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이 회사 노조는 이 자리에서 “520만 명에 달하는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회사는 올바른 매각 방향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며 “하지만 회사 측의 밀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이어 “임원진과 대주주는 노동조합과 애초에 약속한 대로 밀실매각을 중단하고 매각 과정과 매각 기준을 공개해야 한다”면서 “회사 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매각 자체를 무산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노조는 특히 ‘최고가를 써낸’ 롯데에 대해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노조는 “보험업의 경영 능력이 부족한 롯데그룹이 인수적격후보자로 선정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만약 롯데가  LIG손해보험을 인수할 경우 피해자는 보험 가입자와 한국 보험시장, LIG손해보험 노동자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노조 측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여부가 불투명한 투기자본의 결합체인 사모펀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국계 자본 역시 인수과정에 참여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특히, ‘롯데’가 ‘최고가’를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격에’ 인수될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의 뜻을 표명하고 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애초 LIG그룹과 골드만삭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 최소 6000억 원 이상의 매각가를 예상했지만, 이번 예비입찰에서 최고가는 롯데가 낸 5000억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후보들 역시 대부분 4000억원 사이의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LIG그룹 핵심 계열사로 화재보험업계 4위인 만큼 LIG손보 매각으로 최대 1조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던 시장의 당초 기대치를 산산이 무너트린 결과물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실 금융업계 ‘빅딜’이 예상됐지만, 저조한 가격에 롯데그룹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결코 좌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물론 우려하는 것은 역시나 ‘고용적인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8년 대한화재를 인수해 손해보험업계에 진출했지만, ‘성공했다’는 평가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롯데그룹이 ‘덩치 큰’ LIG손해보험 마저 인수하게 될 경우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라는 관측이 노조로부터 나온다.

시장점유율이 3%에 불과한 롯데손해보험은 LIG손보를 인수해 단숨에 2위 자리로 껑충 뛰어 오르고 싶은 욕망을 갖고 있다. 야심찬 꿈을 갖고 있는 롯데의 목표 실현 과정에서 노조와의 대충돌은 볼보듯 뻔한 일이다.

노조가 이처럼 매각에 강도높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보험 계약 당시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아 금융당국의 중징계까지 받으면서 LIG손해보험 신뢰도에도 소비자들은 냉소와 불신을 한꺼번에 보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LIG손해보험 종합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보험 계약 비교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관련 직원 1명에게 견책을, 8명에게 주의를 내렸고, 특히 보험계약 비교안내 운영 부당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300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보험사 중 처음으로 외국 지점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래저래 LIG손해보험의 영업 능력과 운영방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보험업계 한 핵심 관계자는 “LIG손해보험의 매각이 물건너간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LIG손보 측은 “매각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작금의 상황은 LIG손보가 심각한 고민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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