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금융권 양대산맥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와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사이에 치열했던 ‘리딩뱅크’ 각축전이 KB금융의 승리로 돌아갔다.

두 업체가 나란히 지난해 연간 순이익 ‘3조 클럽’에 입성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이 마저도 아쉽게 실패한 신한금융은 잃어버린 ‘리딩뱅크’ 왕좌를 되찾기 위해 올 한 해 성적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 신한금융 제치고 1위 탈환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지난 한 해 동안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최종 실적이 공개됐다.

8일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4.5%(1조1,682억 원) 증가한 3조3,11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금융은 지주사 설립 이래 최초로 3조 원대 당기순이익을 시현하게 됐다.

지난 2011년 2조3,830억 원의 순익을 기록한 후 다시 2조 원대를 회복하는데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KB금융은 이후 다시 1년 만에 ‘3조 클럽’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KB금융은 그룹 수익성 개선 배경으로 최대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의 수익성 회복과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기반 확대를 꼽았다.

KB금융 관계자는 “그룹 당기순이익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KB국민은행은 견조한 대출성장과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본연의 수익성을 회복했고 비은행 부문의 경우 2016년말 통합 KB증권의 출범을 시작으로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 완전자회사화를 완료함으로써 이익기반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하루 앞서 실적 발표를 한 신한금융그룹(회장 조용병)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 2조9,17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2% 증가했지만 아쉽게도 ‘3조 클럽’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2,115억 원으로 전분기 8,173억 원 대비 74.1%나 감소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KB금융은 신한금융을 제치고 9년 만에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순이익 289억 원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왕좌를 지켰던 신한금융은 하반기 승부가 갈려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게 됐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4분기 발생한 비경상 비용 요인 감안하면 4분기 연속 견고한 실적을 이어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실시한 전략적 비용 절감 노력을 통해 향후 비용 효율성 및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민 2조2천 > 하나 2조1천 > 신한 1조7천 > 우리 1조5천

이번 승패는 주력 핵심 자회사인 은행 실적 면에서 큰 차이가 벌어진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을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한 KB국민은행(행장 허인)은 지난해 여신성장과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에 힘입어 전년 대비 125.6% 증가한 2조1,750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도 지난해 4분기 5,903억 원을 포함해 연간 당기순이익 2조1,035억 원을 달성해 KB국민은행과 나란히 ‘2조 클럽’에 입성했다. 이는 통합은행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또 다시 경신한 기록이다.

반면 신한은행(행장 위성호)은 4분기 희망퇴직 등 1회성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전년 대비 11.8% 감소한 1조7,110억 원을 기록해 KB국민은행은 물론이고 업계 3위였던 KEB하나은행보다도 훨씬 뒤처지는 성적표를 받았다.

2016년 11월 숙원사업이던 민영화를 성공시킨 이후 승승장구 중인 우리은행(행장 손태승)은 그동안 추진해 온 체질개선 노력의 결과로 전년 대비 23% 증가한 1조3,991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시중은행 4대은행의 순위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영원한 라이벌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신경전은 올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지난 5일 ‘2018년 상반기 워크숍' 자리에서 현재 국내 금융계를 중국 춘주전국시대와 비유하며 "올해는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행장은 이어 "올해 금융업에서 벌어질 경쟁은 조직의 생사와 존망을 결정할 중요한 전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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