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 로그(출처=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닛산 로그(출처=르노삼성자동차)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소탐대실(小貪大失). 르노삼성차 노조가 부린 작은 욕심이 닛산 로그를 잡을 수 있는 커다란 기회마저 앗아갔다.

14일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오는 9월 위탁 생산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 물량은 이미 다른 공장으로 배정됐으며, 후속 위탁 생산 물량 배정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밝혔다.

로그는 르노삼성차 전체 생산량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요한 차종이다.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차량 22만7,577대 가운데 10만7,245대(47.1%)가 닛산 로그였다.

하지만 오는 9월이면 로그 생산이 중단된다. 이 경우 단순히 계산했을 때, 공장가동률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게 될 것이다. 이는 부산공장에서 근무 중인 1,800여명의 생산직 가운데 800여 명의 일거리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측 영업이익도 닛산 로그 생산 물량 배정 이전인 2011~2012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당시 르노삼성차는 내수 부진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로그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에 속한 공장 가운데 한국 부산공장, 미국의 스머나(Smyrna) 공장, 일본 규슈(九州)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로그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음으로 해당 물량은 부산공장 이외의 두 공장 중 하나에 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27일 '닛산 로그'의 누적생산량이 50만대를 돌파했다(출처=르노삼성자동차)
지난해 11월 27일 '닛산 로그'의 누적생산량이 50만대를 돌파했다(출처=르노삼성자동차)

이 모든 상황은 해를 넘겼음에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하 임단협)을 이어가는 노사 양측의 행동에서 비롯됐다.

지난해의 경우 현대‧기아차노조 등 강성노조가 이례적으로 빠르게 임단협을 타결하면서 업계는 무난한 한해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해온 르노삼성차 노조가 ▲기본급 10만667원 및 자기계발비 2만133원 인상 ▲특별격려금 300만 원 및 격려금 250% 지급 등을 주장하면서 부분파업을 실시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고, 결국 국내 완성차 5개 업체 중 유일하게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불명예까지 얻게 됐다.

사회적 지탄이 이어졌지만 노조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사 측 역시 닛산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받기 위한 생산성 관리가 필요했던 만큼 노조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며, 노사 양측의 갈등을 깊어져갔다.

결국 연내 타결에 실패한 채 새해를 맞이하자, 모기업인 르노그룹의 최고위 임원까지 나서서 이들의 상황을 중재했다.

실제 지난달 1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제조‧공급망관리부문 총괄 부회장은 부산공장 근로자들에게 3분 분량의 영상을 통해 파업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임단협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했다.

이어 같은달 21일엔 모저스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직접 찾아와 “앞으로 2주 안에 임단협을 타결해 공장을 정상화하자”고 언급했다. 타결 시점을 정해준 것이다.

지난 2월 21일 르노그룹 로스 모저스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방문했다(출처=르노삼성자동차)
지난 2월 21일 르노그룹 로스 모저스 부회장이 부산공장을 방문했다(출처=르노삼성자동차)

‘미래 물량 배정 중단’이나 ‘한국 공장 철수’ 등으로 공포감을 조성할 수도 있었으나, 의외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성을 인정해주고 임단협 타결 시점도 제시해주는 모저스 부회장에 생산직 근로자들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는 르노삼성차의 임단협 타결이 8일 이전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마지노선인 8일, 노사양측은 임단협 타결에 실패했다. 원인은 명확했다. 노조가 사측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사실 노조는 지난 집중협상을 통해 당초 큰 이견을 드러냈던 회사 측의 기본급 동결과 일시 보상금 지급 방식에 대해 상당부분 수용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막바지에 요구한 ‘근로환경 개선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노조는 기존 임금 협상안에 더해 현대·기아차 등에서 시행 중인 작업전환배치 시 노조의 합의권한 인정과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한 추가 인력 200명 채용 등을 회사에 추가로 요구했다. 노조가 작업현장에 대한 인사권을 사측에 요구한 것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그 어느 생산공장도 노조에 작업현장에 대한 인사권을 준 사례가 없다”며 “신규인력 채용 요구 역시 ▲환경 개선 목적 자동화설비 450억 원 투자 ▲판매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의 정체 등의 원인으로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그동안 아무런 말이 없다가 본사가 정한 협상 마감 일자가 다돼서 갑자기 무리한 요구를 들고 나오니 타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즉, 노사 양측의 생존권이 달린 후속 위탁 생산 물량을 노조의 욕심 탓에 날려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르노삼성차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사측이 인정한 만큼 로그 배정은 불가능 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외 차종의 경우 낮지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닛산의 캐시카이 후속모델, 엑스트레일 북미형 모델 등을 꼽을 수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로그는 불가능 하지만 후속모델로 다른 차량을 배정 받을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다만 구체적인 모델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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