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란일자 표기 그래서 안전한가요ⓛ

[컨슈머치 = 김은주 전향미 기자] 정부 지난 2월 23일부터 달걀 생산 날짜를 소비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난각(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도록 의무화 했다.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예컨대 달걀 껍데기에 10자리 난각코드를 확인할 때 맨 앞에 '0314'이라고 적혀 있다면 3월14일에 생산한 제품으로 보면 된다.

(출처=컨슈머치)
껍데기에 산란일자가 표시된 달걀(출처=컨슈머치)

그렇다면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모든 달걀에는 닭이 낳은 날짜를 뜻하는 4자리 숫자가 표기돼야 한다.

시행일이 보름여가 지난 지금 소비자들은 산란일자가 적힌 달걀을 얼마나 접하고 있을까?<컨슈머치>는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식자재마트 등 다수의 유통업체를 찾아 산란일자 표기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봤다.

■ 대형마트 대부분 표기…영세 소매점은 ‘아직’

“난각코드요? 처음 들어보는데…. 달걀 껍데기에 뭐가 써있다는 건 알았지만 무슨 뜻인지 몰라서 주의 깊게 살펴 볼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주로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확인한 뒤 사고 있는데, 사실 그 마저도 제대로 확인 안 할 때가 많아요.”

11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사는 소비자 강 씨(44세‧여)는 딸아이와 인근 대형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가 달걀 10개 한 세트를 구매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자가 달걀 껍데기에 적힌 앞자리 4개 숫자가 산란일자를 가리킨다고 알려주자 “전혀 몰랐다. 어려운 암호처럼 보인다. 왜 유통기한처럼 포장지에 쓰지 않고 달걀에 적는 것이냐. 잘 보이지도 않는다”고 의아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출처=컨슈머치)
기업형 슈퍼마켓(SSM) 달걀 진열대 위에 난각코드 홍보 전단지가 부착돼 있다. (출처=컨슈머치)

이 날 대형마트 내 신선코너 한 면을 빼곡히 메운 달걀들 대부분은 난각에 산란일자가 표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달걀이 쌓여 있는 선반 위 꼭대기에는 난각코드 읽는 방법을 소개하는 홍보 전단지도 부착됐다.

다만 아직까지 산란일자를 확인하고 달걀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가 적혀있다는 것을 모르거나, 난각코드를 아예 모르는 소비자도 많았다.  

대형마트 직원 A씨는 “산란일자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물어보는 고객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성수역 인근에 위치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에서 판매하는 달걀 역시 산란일자 4자리가 명확히 표시돼 있었으며, GS‧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달걀에도 산란일자가 적혀 있었다.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 대부분은 산란일자 표시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다.

산란일자 표기 없이 판매 중인 식자재유통마트(출처=컨슈머치)
산란일자 표기 없이 판매 중인 식자재유통마트(출처=컨슈머치)

그러나 소규모의 유통점 사정은 확연히 달랐다.

동네마다 흔히 있는 영세 수퍼마켓이나 식자재 할인마트점에서는 산란일자가 표시되지 않은 달걀을 여전히 판매 중이다. 오히려 산란일자가 적힌 달걀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다. 직원에게 산란일자가 적힌 달걀은 없느냐고 물으니 ‘그런 게 뭔지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처럼 올해 8월 말까지는 산란일자가 적힌 달걀과 산란일자 표시가 없는 달걀이 시중에 혼재 돼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양계협회 한 관계자는 “현재는 6개월간의 계도기간으로, 작은 소매점이나 지방에서는 산란일자가 적힌 달걀을 보기 힘들다”라며 “큰 기업에서 운영하는 매장에 가야 산란일자가 찍힌 달걀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종이포장에 가려져 ‘난각코드’ 확인 불가

포장 형태에 따라서 난각코드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포장된 달걀의 경우 소비자들이 포장을 열지 않고도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불투명한 펄프 재질에 밀폐형으로 포장된 달걀은 난각코드를 확인한 길이 없다. 기자는 포장에 조그맣게 나 있는 구멍 사이로 어떻게든 확인을 해보려 했지만 볼 수 없었다.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없는 달걀 포장(출처=컨슈머치)
산란일자를 확인할 수 없는 달걀 포장(출처=컨슈머치)

소비자 알 권리와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향후 산란일자 표기뿐 아니라 달걀 포장 개선도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낙철 한국계란유통협회장은 “불투명한 종이박스에 포장된 달걀의 경우 난각코드 표기가 잘 안 보인다는 소비자들 불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미 대량의 라벨지를 구매해 놓은 농가가 많아 재고 소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짝수 연도에 패키지 및 라벨을 변경하도록 하는 식약처 방침에 따라 2022년부터 포장 패키지에 산란일자를 쓰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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