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들까 말까⑦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보험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듯 동물에게도 보험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보험만큼 동물보험도 제 기능을 다한다는 전제조건하에 말이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위험이나 위기가 닥치듯, 반려동물들도 질병‧상해‧유기 등 여러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사람은 보험이 있지만 동물이 아플 때는 그대로 빚으로 떠안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출처=컨슈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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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려동물 양육 인구 1000만 명 시대에 발맞춰 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보장 내용이 확대된 상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미흡한 보장성으로 ‘있으나 마나 한 보험’이라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펫보험이 ‘적금’ 대신 다시 반려인들의 진료비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컨슈머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과 보험개발원과 공동 주최로 개최된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했던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을 직접 만나 관련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운동에 대한 사회 인식과 기반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던 2000년에 자원봉사를 구성해 첫 활동을 시작한 단체다.

이후 유기동물 입양 문화 확산, 동물보호 관련법 개정 및 제정, 농장동물복지 활동, 화장품 동물실험 중단을 위한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동물들이 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발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이하 일문일답

Q. 펫보험이 활성화되면 동물 복지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사실 동물보호단체 입장에서 공적 보험 형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 논의가 하기는 이른 단계이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민간 동물보험이 필요한 거고요.

현재 동물 유기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고 있어요. 보통 한 해에만 8만~10만 마리 정도의 동물 유기/유실이 발생하고 있거든요. 특히 2017년에는 10만 마리가 넘었고, 작년에는 11만 마리 정도 유기 동물들이 발생한 상황이에요. 그만큼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있다는 거죠.

반려동물을 버린 사람들에게 직접 버린 이유를 물을 수는 없었지만 이전에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 진료비 등 비용문제가 많이 거론됐다는 점이에요. 이를 통해 동물 유기의 원인으로 비용 문제가 크다는 걸 짐작해 볼 수 있다는 거죠.

의료비 부담을 완화해 줄 있는 장치들, 예컨대 보험 상품과 같은 것이 많이 생긴다면 유기 동물 등의 사회적 문제를 막고 동물 복지가 향상되는데 확실히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출처=컨슈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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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펫보험 상품이 국내에 처음 출시된 지 10년이 지났는데 가입률은 아직까지도 0.1%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에요.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반려인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정작 펫보험 가입률이 저조한 근본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인 기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요. 쉽게 말해서 많은 보험상품들이 반려동물에게 많이 발생하는 질병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거 에요.

예컨대 아파트나 딱딱한 바닥에서 생활하다 보니 소형견의 경우 관절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을 보장하지 않으니 반려인 입장에서 보험을 들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죠.

그래도 지난해 말부터 출시된 보험상품들은 보장내용이 많이 개선되긴 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상품들이 다양하지는 않아요. 회사마다 상품이 비슷하고 또 비슷한 시기에 내용이 바뀌기도 하고요. 반려인들의 다양한 요구사항이 반영돼 상품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건지 아직 의문점이 많이 남습니다.

Q. 그 밖에 또 다른 이유도 있을까요?

통계 자료를 봤을 때 일단 펫보험이 있다는 것 자체를 아예 모르는 분들도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홍보가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 주변에서 직접 들어보니 가입을 하고 싶은데 나이 등 제한사항으로 거절을 당한 사례도 있고요. 이처럼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펫보험을 들고 싶어도 들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Q.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이러한 상품이 나오면 좋을텐데…', 구체적으로 바라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개개인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로서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때문에 ‘어떤 보장 내용 포함 됐으면 좋겠다’ 라든지 ‘어떤 상품이 나오면 좋겠다’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긴 힘들 것 같고요.

다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성장기-성숙기-노년기 등 생애 주기가 있잖아요. 해당 시기에 필요한 보장 내용들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있는 펫보험 상품들은 일관된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제가 노령견을 키우는 반려 견주라면 이제 와 가입해봤자 상품 구조가 똑같으니 유효한 점이 많지 않다고 느껴지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보완됐으면 좋겠습니다.

(출처=컨슈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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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 동물자유연대 사무실 내에도 고양이들이 참 많은 데요. 최근 펫보험 상품이 다시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반려묘 상품은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이유가 뭘 까요?

네, 펫보험 상품 자체가 아직 반려견 위주에요. 반려묘 보험 상품이 적은 이유는 보험사한테 직접 들은 게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저 개인적으로 짐작해 보자면, 개는 식별이 가능한 반려동물등록제가 운영되고 있잖아요. 물론 이 조차도 완벽한 건 아니지만요. 그런데 고양이는 등록 대상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그나마도 식별할 수 방법이 없는 거죠.

결국 손해율이 높아지는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적극적으로 상품에 개발에 힘쓰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아직 반려견 시장이 훨씬 넓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반려견 관련 보험상품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것도 있을 테고요.

Q. 다양한 보험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동물병원 협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많이 나오고 있죠?

수의사업계와 합의가 도출돼야 할 부분이 많죠.

보험사들이 펫보험 상품을 만드는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두 가지가 문제가 동물 개체 식별이 되지 않는 점과 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다는 점이거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공시제·사전고시제·진료표준화 도입 등의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장단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옳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결론을 도출해 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보험사들은 반려인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호소하던데요?

물론입니다.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장치도 필요하지만 반려인 스스로의 인식이나 태도 변화도 당연히 필요해요.

사람은 본인을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동물은 확인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한 마리만 보험을 들어놓고 다른 동물을 데려가서 진료받기도 하는 문제가 있죠.

하지만 결국 이로 인해 펫보험이 활성화되지 못하면 그에 따른 피해와 부담은 반려인들이 다 같이 나누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거든요. 같은 보험상품에 가입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본다든가 아니면 보험이 간절히 필요한데 보험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아 가입할 수 없는 형태로 말이죠.

Q. 마지막으로 반려동물보험 관련해 보험사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높은 보험료나 까다로운 가입조건 등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반려인들이 많기 때문에 지금보다 보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좋겠습니다.

욕심을 더 내자면 현재 펫보험은 유기 동물 가입이 제한돼 있는데 이 부분이 잘 해결됐으면 해요.

물론 사회 공헌 차원에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감수하면서까지 무조건 해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유기 동물 입양 활성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부분도 조금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고려하고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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