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한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의 인기차종인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의 인수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팰리세이드는 구입 후 고객 인도까지 최소 10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처럼 인도기간이 오래 걸리는 원인은 현대차의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 탓이 크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팰리세이드를 출시하면서 연간 판매목표를 2만5000대로 설정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만 1만9000대 넘게 판매되는 등 흥행돌풍을 일으키며, 실제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 측은 출시 3개월 만에 생산량을 월 6,240대 생산에서 월 8,640대로 40% 증산하며, 연간 판매목표를 9만5000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현대차 북미법인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자, 시장 판매량 회복을 위해 현대차는 팰리세이드를 북미시장에 투입하기로 했고,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되는 팰리세이드의 상당수가 미국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 5월부터 생산된 수출용 팰리세이드 7235대가 선적됐다. 월 생산량의 대부분이 수출용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내 시장 판매량도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6583대이던 판매량은 지난달 3743대로 43.1%p 급감했다.

업계는 이달 역시 국내 판매량 위축이 계속 될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출처=현대자동차)

■ 고객 차별 논란 불거질 수도

전술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국내 소비자들의 인도기간이 늘어난 결정적인 이유는 현대차의 수요예측 실패와 팰리세이드의 수출 정책 탓이다.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제조사는 보통 자동차 수출을 앞두고 차량을 미리 쌓아둔다. 판매 초기 계약이 몰릴 경우를 대비해서다. 현대차는 선적한 팰리세이드를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한다.

초기 물량을 많이 쌓여있다는 것은 계약한 차량을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미국의 팰리세이드 구매 고객들의 경우 연중 인도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경우 이달중 팰리세이드를 계약했더라도, 내년 1분기 중에야 인도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빨리 받을 경우다.

한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미국 소비자들보다 늦게 인도받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 하투(夏鬪) 예상되는 올해 임단협…파업 시작되면 인도 더 늦어

월 8,640대가 생산되는 팰리세이드 중 많은 물량이 수출용으로 빠져나가면서 인도기간이 늦춰지고 있는 가운데, 난항이 예상되는 올해 임단협 또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차 노사는 여름휴가 전 타결을 목표하고 있지만, 노사 견해차를 좁히기 힘든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각각 성과급 순이익 30%(우리사주 포함) 지급, 성과급 영업이익 30%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년 연장’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급변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00년 간 내연기관 차량이 산업을 이끌었다면 앞으로는 전기차 등 미래 자동차가 이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해오던 기존 노조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면서 정년을 60세를 65세까지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015년부터 4년째 판매 목표 달성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5월까지 현대차는 세계 시장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감소한 174만7845대를 판매했다.

노사 양측은 지난달 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주 2회씩 교섭을 진행하고 있지만 입장차만 확인하며,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만약 입장차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노조는 전면파업을 무기로 내세울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 경우 현대차는 물론, 계약금을 걸고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팰리세이드 고객까지 피해를 입게 된다.

실제 소비자 A씨는 한 커뮤니티에 작성한 글을 통해 “팰리세이드 인도기간이 너무 길어 별수 없이 한단계 낮은 싼타페로 계약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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