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내부사정 있어서” 해명에도 불구
일본에 반감커진 국내 분위기 때문이라는 분석 우세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일본 기업들이 당초 예정돼 있던 국내 이벤트나 행사를 조용히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등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업체들은 마치 짠 듯 ‘내부 사정’ 때문이라는 불분명한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인해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진 국내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출처=한국닛산)
(출처=한국닛산)

15일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업체 한국닛산은 오는 16일 경기도 용인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예정돼 있던 닛산 대표 중형 세단 ‘신형 알티마(All-New Altima) 시승행사’를 취소했다.

닛산 측은 “내부 사정으로 인해 행사를 취소하게 됐다”는 입장이며, 시승행사 취소와 별개로 오는 16일로 예정된 신형 알티마 출시는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예정돼 있던 소니코리아의 기자간담회 일정도 차질이 빚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소니는 국내에서 일본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상징적인 전자회사다.

당초 소니 측은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신제품을 소개하고, 자리에 참석한 기자들을 대상으로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간담회를 진행 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소니 측이 설명한 행사 취소 배경도 “내부 사정”이다.

(출처=소니코리아)
(출처=소니코리아)

앞서 뫼비우스·카멜·세븐스타 등을 생산하는 일본 담배 업체 JTI코리아(재팬타바코인터내셔널코리아)는 신제품 론칭과 관련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으나 잠정 연기했다.

JTI코리아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캡슐형 전자담배인 ‘플룸테크’를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신제품 론칭을 3일 앞둔 지난 8일 갑작스러운 일정 연기 결정을 내렸다.

이에 JTI코리아 측도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내부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는 설명만을 덧붙였을 뿐이다.

이처럼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업체들이 저마다 불분명한 ‘내부 사정’을 들어 신제품 출시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업계안팎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일본산 제품에 반감에 대한 커지고 있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대외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국 관계 악화로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예민한 시기에 일본산 브랜드 업체가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자체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며 “차분히 기다리며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대응이 딱히 없을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출처=한상총련)
(출처=한상총련)

한편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분위기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일본 브랜드 업체들의 숨죽이기는 당분간 계속 될 전망이다. 

SNS를 중심으로 일본산 불매 리스트 공유가 확산되고 일본 여행을 취소하는 인증샷을 올리는 행위가 열풍처럼 이어지는 중이다.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중소상인·자영업단체들도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일본산 판매 중단 품목 및 지역을 계속 확대한다는 강경한 대응을 보이고 있어 불매운동 분위기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5일 오전 11시 광화문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판매중단 확대 선포' 기자회견을 연 한상총련 측은 "산하단체인 마트협회 200여곳 회원사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이제는 3000곳 이상이 동참하고 있을 정도로 회원참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매출감소의 우려를 무릅쓰고 일본제품 판매중단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고 생업현장에서 국민된 도리를 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