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한 소비자가 자녀의 이동전화 계약은 무효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소비자 A씨의 자녀는 지적장애 1급으로 최근 이동전화를 분실해 A씨가 대신 분실 정지를 신청했다.

그런데 며칠 뒤 A씨의 자녀는 성명불상자와 함께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폰 매매계약 및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유는 1년 전쯤 A씨의 자녀가 이동전화를 개통한 뒤 무분별한 소액결제 등으로 문제가 돼 자녀의 이동통신회선에 대한 소액결제 차단을 신청하면서 다음과 같은 특기사항을 통신사에 기재해 뒀기 때문이다.   

A씨의 자녀에 대한 통신사의 내부 시스템에 기재해뒀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A씨의 자녀가 지적장애 1급의 장애인인 점 ▲소액결제로 인한 요금 과다 발생으로 A씨가 차단을 신청한 점 ▲A씨의 자녀가 소액결제 차단 해제를 신청하는 경우 A씨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 등이다.

A씨는 자신의 자녀가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지적능력이 없으며, 특기사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명불상자에게 대리권이 있음을 확인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것은 통신사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현재 계약 당시 동행한 성명불상자에게 휴대폰을 빼앗겨 보유하고 있지 않으므로 통신사에 A씨의 자녀에 대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다고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통신사는 계약 시 복지카드가 아닌 주민등록증을 제시해 지적장애 여부를 인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A씨의 자녀가 외관상 정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수행했으므로 계약은 유효하며, 개통 과정에서 특기사항을 확인했으나 휴대폰 개통에 대한 제한 문구는 없어 동의 없이 계약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성명불상자로부터 휴대폰을 빼앗겼다는 주장은 계약이 정상적으로 체결된 후 발생한 일이므로 통신사에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이 계약은 A씨 자녀의 의사무능력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으로 무효이고, 휴대폰 매매대금, 이동통신서비스 이용요금 및 연체가산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 내지는 지능을 말한다.

특히 어떤 법률 행위가 그 일상적인 의미만을 이해해서는 알기 어려운 특별한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가 부여돼 있는 경우, 의사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 그 행위의 일상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에 대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을 요한다.

따라서 의사능력의 유무는 구체적인 법률행위와 관련해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한다.

A씨의 자녀는 계약 체결 당시 지능지수가 35 미만으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해 일생 동안 다른 사람의 보호가 필요한 지적장애 1급에 해당한다.

A씨의 자녀는 계약 체결 당시 성명불상자에 의해 거주지로부터 멀리 떨어진 인천 남동구로 이동하는 등 보호자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매매계약한 휴대폰을 성명불상자에게 인도했다.

이전에도 소액결제 등의 법률적인 의미 내지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분별하게 사용해 A씨 아버지가 그에 관한 차단을 신청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A씨는 계약 체결 당시 계약의 법률적인 의미 및 효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상태에 있었다고 보인다.

이를 종합해 한국소비자원은 통신사는 A씨로부터 지급받은 휴대폰 매매대금 및 이동통신요금 합계 19만220원을 A씨에게 지급하고, 매매계약 및 이동통신서비스 이용계약에 대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하라고 결정했다. 

[컨슈머치 = 전향미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